상은 실무책임 종합기획부장 신인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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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28년 은행 생활중 가장 큰 이슈를 만났습니다.』
금리자유화 1단계 조치시행(오는 21일)을 코앞에 둔 상업은행의 신인식종 합기획부장(52·사진중앙)은 요즘 눈코뜰새가 없을 정도다.
연신 지점장을 두루 거친 그는 금리자유화안을 마련하는 실무책임자로서 「신작로」를 닦는 심정으로 거의 매일야근하고 있다.
「모든 상품엔 제값이 있게 마련인데 그동안 돈값(금리)은 제대로 매겨지지 못했으며 금융산업의 낙후도 여기서부터 비롯된 일」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금리자유화란 바로 돈값 결정기능을 정부에서 민간은행으로 가져오는 것이며 이것을 계기로 은행간 상업성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신부장은 일부에서 금리가 자유화되면 은행이 떼돈을 벌것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번 금리자유화가 이미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물경제를 제약요소로 안고 출발하는데다 88년12월 시도된 금리자유화가 3개월만에 실패한 사실을 감안할 경우 과도한 대출금리인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은행간 차별화 전략이 뚜렷이 부각되지 않을 자유화초기단계에선 은행수지가 다소간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긴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수신부문에서 경쟁이 두드러져 수익은 오히려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특히 2∼3년후면 금리자유화가 정착돼 은행돈의 매력이 줄어 들때가 온다는 점을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출부탁이 커다란 민원인 지금과는 정반대로 은행원들이 『우리은행의 싼 자금을 쓰십시오』라며 대출세일을 벌일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신부장은 장기대출금리 규제를 풀지 않은 상태에서 3년제 정기예금금리를 자유화한 것은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3년간 자금운용수익을 예측할수 없는 상황에서 3년짜리 정기예금금리가 연13%를 넘기 곤란하며 이 정도의 금리로는 예금유치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번에 금리자유화 안을 준비하면서 신부장은 다른 은행과 정보를 교환할 기회는 거의 갖지 못했지만 곧 뚜껑을 열고 나타날 1단계 자유금리의 모습은 비슷할 것이라고 말한다.
각 은행이 대부분 80년대초반 실시한 일본의 금리자유화 과정을 「참고서」로 삼았던데다 오랜 규제의 틀을 깰 「용기」가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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