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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연방검사 전원 바꾸려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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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 백악관이 2년 전 연방 검사 93명 전원을 교체할 것을 법무부에 제안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13일 보도했다. 이는 연방 검사 8명이 정치적 이유로 해고됐다는 의혹을 둘러싸고 앨버토 곤잘러스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특히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신분 누출 사건인 '리크게이트'의 칼날을 피했던 칼 로브 백악관 부(副)비서실장이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백악관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할 예정인 e-메일과 내부 자료에 따르면 2005년 2월 해리엇 마이어스 당시 백악관 법률고문은 카일 샘슨 전 법무장관 비서실장에게 임기 만료와 함께 모든 검사를 경질할 것을 제안했다. 곤잘러스 장관은 당시 "파괴적인 생각"이라며 거부했으나 지난해 말 샘슨이 일부만 해고하는 방안을 내놓자 이를 승인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부시 대통령이 곤잘러스 장관에게 "일부 검사들이 (2006년 11월 의회 선거 당시 몇몇 주에서 민주당원이 관련됐던) 투표 인명부 부정 의혹 사건에 대해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칼 로브 부비서실장이 이 일에 연관됐음을 암시하는 부분이 여러 번 등장했다. 마이어스 전 고문과 샘슨 전 비서실장 사이의 e-메일 중에는 로브가 자신의 측근을 아칸소주 연방검사로 추천하는 데 관심이 있다며 "그의 임명이 로브 등에게 중요하다"는 대목도 있었다.

백악관 부대변인 다나 페리노는 "부시 대통령이 해고된 검사들의 명단에 대해 들었거나 본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칼 로브가 마이어스와 모든 검사를 해고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현명한 방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로브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로브는 뉴멕시코주의 앨런 웨 공화당 의장으로부터 뉴멕시코주 연방 검사였던 이글레시아스를 해임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2월 해고된 8명의 검사 중 일부가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과 관련해 공화당 의원이나 참모로부터 압력 전화를 받은 뒤 해고됐다고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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