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년 전 신라가 돌아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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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개장을 앞둔 신라 밀레니엄파크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사진에서 보이는 에밀레종 모형은 실제 에밀레종의 4배 크기로 신라 밀레니엄파크의 랜드마크다. [사진=송의호기자]

13일 경북 경주시 신평동 보문관광단지. 보문호를 둘러싸고 있는 벚나무 길을 벗어나 경주교육문화회관 쪽으로 들어서자 목수들의 분주한 손놀림과 조경공사 마무리를 위해 쉴새없이 드나드는 공사 차량들이 보인다. 공사 기간만 18년 만에 30일 개장하는 신라역사 체험공간인 신라밀레니엄파크 조성 현장이다.

◆ 신라와 당나라 해상전투 재연=파크의 전재홍(36) 사업기획팀장이 안내를 맡았다. 정문은 석굴암 아치를 형상화했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정문 왼쪽 한옥호텔촌. 객실은 모두 16채. 경복궁 보수 경력 등을 가진 국내 최고의 목수 100여 명이 명예를 걸고 첫선을 보인 건축물이라고 한다. 호수 위에 회랑처럼 길게 붙여 지은 한옥호텔은 객실마다 '진평왕실' 등 주제가 있고, 노천탕을 배치한 게 특징이다. 전 팀장은 "하루 숙박비만 30만원인 최고급 호텔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파크로 다시 들어섰다. 신라 전성기인 8세기 경주와 어깨를 겨루었던 콘스탄티노플(로마)과 바그다드(이라크).장안(長安.중국)을 재현한 세계 4대 도시 조형물이 가장 먼저 보였다. 특히 장안엔 당나라 현종(玄宗)이 양귀비와 목욕했다는 화청지(華淸池)가 꾸며져 있다. 중국 목수가 초빙돼 75% 크기로 정교하게 지었다는 설명이다.

화청지를 지나면 이곳의 랜드마크인 거대한 에밀레종이 한눈에 들어온다. 에밀레종을 4배로 확대해 종 속을 4층짜리 사무실로 꾸민 에밀레 타워다. 타워 앞 호수(가로 60m, 세로 34m)에선 선박 7척이 동원돼 신라와 당나라의 해상전투가 재연된다.

신라밀레니엄파크의 전체 면적은 5만4000여 평. 덕동천을 사이에 두고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건너편 산자락에 기다랗게 꾸며져 있다. 삼부토건 계열사인 신라밀레니엄(대표 조남원)이 1000억원을 들인 밀레니엄파크는 외환 위기로 공사가 중단되는 등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 고증 거친 골품 가옥촌=에밀레 타워에서 100여m 소나무 오솔길을 따라가면 이번엔 토우와 고추장 등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공방들이 나오고 다시 성골.진골.6두품 등 신분별 주택을 추정 복원한 골품 가옥이 늘어서 있다. 성골 집은 회랑이 있는 등 삼국사기 옥사조 등을 토대로 문화재위원인 김동현 교수 등이 중심이 돼 고증을 했다. 여기선 앞으로 경주시민들이 신라시대 복장을 하고 골품제 등에 얽힌 생활상을 들려 줄 계획이다.

주변엔 다시 마상무예가 펼쳐지는 원형극장 형태의 화랑공연장과 마당극이 펼쳐지는 장보고 공연장, 직접 발을 담글 수 있는 족욕탕 등 신라를 소재로 한 다양한 테마공간이 들어서 있다. 입장료는 1인당 2만원을 받을 예정이다. 신라밀레니엄 측은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 등을 개발해 연간 100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경주=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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