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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한자학습길라잡이] ⑧ 한자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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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한 초등학교 과학 시험에 나온 문제다.

※ 다음 중 양서류에 해당하는 동물은?

①개구리 ②고래 ③소 ④오징어 ⑤독수리

양서류의 뜻만 알면 답은 쉽다. 시험을 잘 못 치르는 까닭은 우선는 문제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서고, 다음은 낱말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서다. 개념도 모르면서 공부를 잘할 수는 없다. 그런데 우리말에서 한자가 가장 쓸모를 발휘하는 부분이 개념어를 쉽게 이해시켜주는 것이다. 한자도 배우고 교과 공부도 되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방법에 주목해 보자.

◆한자를 가르치며 개념을 설명=분류와 분석의 차이점을 이해시킨다고 하자. "필기구에는 연필과 볼펜, 만년필이 있다." 이것은 분류일까, 분석일까? 이럴 때 한자의 뜻이 유용하다. 분류(分類)는 나눌 분(分), 종류 류(類)니 '종류로 나누다'는 뜻이다. 수많은 사물을 동일한 종류별로 나누는 것이다. 반면 분석(分析)의 석(析)은 쪼갠다는 뜻이어서 한 사물의 성분이나 구성 요소를 '쪼개어 나누다'는 뜻이다. 필기구를 종류별로 나누었으니 분류가 맞다.

비단 국어뿐만 아니라 과학을 비롯한 모든 과목의 단어를 한자와 연결하면 여러모로 좋다. 망원경과 현미경의 차이는 어떻게 말해줄까? 망원경(望遠鏡)은 '먼[遠] 곳을 바라보는[望] 거울[鏡]'이란 뜻이다. 반면 현미경(顯微鏡)은 나타날 현(顯), 작을 미(微), 거울 경(鏡)이니 아주 작은 사물을 잘 나타나게 해주는 거울이란 뜻이다.

양서류와 파충류의 차이는 어떻게 말해줄까? 양서류(兩棲類)는 둘 양(兩), 살 서(棲), 곧 개구리처럼 육지와 물 '양쪽에 사는 무리'를 말한다. 파충류(爬蟲類)의 파(爬)는 '기어다니다'는 뜻이니, 악어나 거북이처럼 낮게 기어다니는 종류를 뜻한다.

◆모든 교과서 낱말에 한자가 있다=수학에서도 한자 공부가 가능하다. 예컨대 삼각형 가운데 예각삼각형과 둔각삼각형이 있다. 안의 세 각이 모두 90도보다 작은 삼각형을 예각삼각형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예각이라고 할까? 예각(銳角)의 예(銳)는 '예리(銳利)하다, 날카롭다'는 뜻이지만 '작다'는 뜻도 있다. 그러니깐 예각이란 '90도보다 작은 예리한 각'이란 뜻이다. 예리할 예(銳)의 반대 한자가 무딜 둔(鈍)자다. 따라서 둔각이란 예각과는 반대로 '90도보다 큰 무딘 각'이란 뜻이 된다. 무조건 외우게 하지 말고 한자를 가르치면서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시켜라.

◆한자만의 특성을 이해하라=우리말에는 한자만의 특징이 있다. 그 가운데 언어를 사용할 때 불필요하게 같은 뜻을 되풀이하는 군더더기 표현이 있다. 예를 들어 신학기에 "새로 들어온 신입생 여러분 환영합니다"라는 말을 쓴다고 하자. 신입생(新入生)이 이미 '새로 들어온 학생'이란 뜻이니 앞에 쓰인 '새로 들어온'이란 구절은 쓸 필요가 없는 군더더기에 불과하다. '동해(東海) 바다'도 동해라고만 해야 하며, '초가(草家) 집'은 '초가'라고만 해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평소 사용하는 말 가운데 군더더기 표현을 찾아보자.

<표1 참조>

또 고유어를 한자어로 바꾸면 높임말이 된다. 집을 댁(宅)이라고 표현하고, 이름을 존함(尊銜)이라 쓰면 높임말이 된다. 한자로 된 높임 표현을 보여주고 그에 해당하는 고유어를 말해보게 하라. 혹은 반대로 해도 좋다.

<표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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