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되는 항공요금 덤핑전략/엄주혁 사회2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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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시아나항공이 15일부터 미국 LA노선에 취항함에 따라 미주항로에도 「복수민항시대」가 열렸다.
그동안 불평등한 한미항공협정을 등에 업은 미항공사들의 파상적 물량공세에 일방적으로 밀리기만 했던 우리항공업계가 제2민항취항에 거는 바람은 여러모로 크다.
그러나 취항을 앞두고 아시아나항공이 영업전략으로 선택한 요금덤핑은 그같은 기대에 한가닥 불안감을 안긴다.
국적항공사간 선의의 경쟁을 통한 경쟁력강화·시장점유율 제고보다 제살깎기 출혈경쟁의 부작용 염려가 더 커보이기 때문이다.
신생항공사의 사정도 이해할만 하고 소비자들에게 어쨌든 싼요금은 반가운 소식일 수 있으나 그것만으로 끝날 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와 관련,10년전에 비해 절반수준까지 곤두박질한 미주노선 요금인하의 반대급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78년 카터행정부의 자유경쟁선언(Deregulation)이후 막강한 국내선 노선망과 덤핑요금을 무기로 무한경쟁에 돌입한 미국항공사들의 논리는 상대의 존재를 인정치않는 세계제패의 「제국주의」노선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국내시장의 충분한 수요가 수익성을 보장하는만큼 밖에서의 어떤 출혈경쟁에도 견뎌낼 수 있다는 막강한 경쟁력과 간선·지선을 철저히 분리해 경영하는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시책이었다.
마치 손님을 태우고 시계밖 운행을 한 택시가 돌아오는길에 빈차로 오느니 싼값으로라도 손님을 태우면 이익이라는 계산이다.
여기에 맞서 국내 항공사로서는 연간 10%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태평양노선을 포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달리 이익이 남는 시장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만큼 수익성도 따져야하는 곡예경영의 지혜를 짜낼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비유하자면 버리기는 아깝고 먹을 것은 없는 계륵에나 비유될 수 있을까.
지난해 미주노선에서 1억달러의 적자를 낸 대한항공의 미주노선 시장점유율이 85년 75.9%에서 90년 47.7%로 떨어진 사실은 이를 반증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승객확보만을 염두에 둔 무리한 저임경쟁은 자칫 안전성을 희생시킬 소지가 있다는 항공전문가들의 지적을 곱씹어 봐야한다. 일시적으로 싼 요금이 결코 승객,나아가 국가이익에 부합할 수 없다면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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