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호텔 비밀 룸살롱(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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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서울경찰청소속 단속경관 15명이 서울 평창동 라마다 인 올림피아호텔내 비밀 룸살롱 「윈저」를 급습한 것은 15일 0시20분.
영업을 끝낸 이 호텔 올림피아 나이트클럽의 무대 왼쪽 대형 스피커로 은폐된 출입문을 통해 단속 경찰이 들이닥치는 순간 밀실에서 「탈법의 쾌락」을 즐기고 있던 손님·호스티스·종업원들은 혼비백산,숨을 곳을 찾기에 바빴다.
이미 3개의 비상구중 한곳을 통해 2개 룸의 손님들은 눈치채고 빠져나간 후였으나 나머지 2개 룸에서는 손님 8명·호스티스 10명이 어울려 술을 마시다 단속반과 보도진의 플래시 세례를 받은 것.
단골 손님들만 받아 보안을 철저히 유지했으나 경찰은 두차례에 걸쳐 경관을 손님으로 잠입시켜 밀실 변태영업 사실을 확인한 끝에 이날 기습단속을 펼쳤다.
지하1층 1백30여평에 룸 9개를 갖춘 이 대형 비밀 룸살롱은 벽면·바닥에 대리석을 붙인 것은 물론 최고급 가죽소파,휘황찬란한 샹들리에,각종 실내장식을 비롯해 방음설비·고객 대기실·별도의 바·대형 냉동시설을 갖추고 있어 아방궁을 연상케 할 정도로 호화판이었다.
호텔 지하 1층 아케이드 복도로 통하는 비상구 계단에는 「공사중 위험,절대 출입금지」라는 푯말을 붙여 단속에 대비한 도주로를 확보해 놓고 있었다.
이날 연행된 손님들은 대부분 30∼40대의 중견 기업인·샐러리맨들.
또한 이 비밀 룸살롱 4명의 마담중 연행된 추모씨(33)의 수첩에는 85명의 호스티스 명단이 깨알같이 적혀 있었고 영업하기 위해 이 룸살롱 주인 김정석씨(43)에게 1천5백만원을 지불했다는 현금보관증이 들어 있어 「사업규모」를 짐작하게 했다.
연행된 호스티스 오모양(20)은 지난해초 S여상을 졸업하고 L백화점 점원으로 45만원의 봉급을 받다 「돈이 모자라」 이틀전부터 호스티스로 전업했으며 『이 생활에 만족한다』고 밝혀 오히려 담당 경찰관을 당황케 했다.
국제 펜대회를 치른 특급호텔의 지하 비밀 룸살롱을 돌아보며 우리 사회가 얼마나 더 타락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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