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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조정권씨 두 문학상 "꽃다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시인 조정권씨(42)가 최근 잇따라 소월시문학상과 김수영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문학사상사에서 제정한 소월시문학상은 올해로 여섯번째를 맞는데 주로 등단 10년이상 중견시인에게 주어졌다. 민음사에서 제정,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김수영문학인은 등단 10년 이내의 신인, 특히 첫 시집에 주로 주어진다. 문예지와 출판사를 배경으로 한 이 두 상은 대중성과 함께 권위도 유지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지난 1년간 2백여종의 새시집이 출간됐고 또 한해 한문인에게 한개 이상의 주요문학상을 주지 않는다는 문단의 불문율을 깨고 이 두 문학상이 조씨에게 돌아간 것에 대해 문단에서는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조씨의 두 수상작은 모두 시집 『산정묘지』. 87년 『문예중앙』봄호에 연재를 시작, 문예지를 옮겨가며 5년만에 전 30편, 2천여행으로 완결한 시집 『산정묘지』는 연작장시로 지난 7월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1970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 조씨는 『산정묘지』이전의 네권의 시집을 통해 주로 서정시에만 몰입해왔다. 그러나 견고한 정신이 깃들이지 못하는 것이 서정시의 한계임을 느낀 조씨는 『산정묘지』에서 일체의 현실과 감성을 털어버리며 인간정신의 한 극점을 보여줬다.
『육신이란 바람에 굴러가는 헌 누더기에 지나지 않는다./ 영혼이 그 위를 지그시 내려누르지 않는다면.』(산정묘지·l중)일상의 헌 누더기를 깁기 위해 현실로만 치닫던 현실참여시와 그것외에 정반대로 후기산업시대에 동승, 현실도, 정신도 무시해버리고 실험적인 장난기로만 굴러다니던 시단을 등지고 조씨는 정신, 혹은 영혼을 회복하려 산꼭대기에 오른 것이다.
이러한 조씨의 『산정초지』에 대해 문학평론가 유종호씨는 『비속성을 거부하고 기품을 추구한 견인주의적 상상력의 시』라 평하며 『대중문화의 풍미로 문학의 비속화경향이 제어할수 없이 확산돼 가는 오늘, 위엄과 품위에 대한 지향은 그것 자체로서도 큰 덕목』이라고 했다.
때문에 『산정표지』의 두상 수상, 특히 소월시문학상이 확정된 뒤 게다가 신인에게 주어지는 김수영문학상이 등단 20여년의 중견인 조씨에게 굳이 돌아간 것은 젊은시인 사이에 일고 있는 혼이 깃들이지 않은 수사, 말장난, 개그화된 시등 시의 비속화에 대한 한 경종으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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