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쇠고기·자동차 주고받기 시도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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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대표단이 참여하는 한.미 무역자유협정(FTA) 공식 실무회담이 10개월간의 장정을 끝냈다. 앞으로 최종 타결의 정지작업을 위해 두 차례의 수석대표급 협상이 더 열린다. 실무협상을 마무리하는 차원이다. 이달 말까지 집중적으로 열릴 고위급 협상에서 한.미 FTA 협상 타결을 위한 구체적인 합의가 나올 전망이다. 고위급 협상에서는 쌀.쇠고기.자동차 등 난제들을 서로 주고받는 '빅딜'방식으로 타결이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 협상은 정상을 향해 가파른 8부 능선을 넘어가고 있다.

◆연쇄 고위급 회담=양국 협상단은 이날까지 농산물.자동차.섬유.의약품.개성공단 원산지 문제 등 핵심 쟁점들에는 여전히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그러나 협상 타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협상 마지막 날 심야까지 협상이 이어졌고 농업 협상팀은 서울에 남아 계속 협상을 진행한다. 양측 수석대표도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며 시한 내 협상 타결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19일부터 열릴 수석대표급 회담에서는 최후까지 남은 쟁점들을 패키지로 만드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어 쟁점 간 연계 처리를 논의하기 위해 통상장관 회담-최고위급 회담이 이어진다. 이런 3단계 협상을 통해 막판 타결을 노린다는 게 양측의 복안이다. 이와 별도로 19~21일 서울에서는 민동석 농림부 차관보와 리처드 크라우더 미 무역대표부(USTR) 농업담당 수석협상관이 만나 농업 문제를 다룬다. 농산물.섬유 등 민감한 쟁점은 결국 양국 최고위급의 정치적 결심으로 풀 수밖에 없는 구도다.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이제 남은 것은 여론 반응을 살피면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정치적 결단만 남았다"고 말했다. 일단 전망은 밝은 편이다. 여권 소식통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협정을 체결하는 쪽으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빅딜은 어떻게 이뤄질까=막판 협상에서 서로 주고받을 시나리오는 다양하다. 양측은 ▶일단 같은 분야 내에서 주고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이익 균형을 위해 유사 분야 간 빅딜을 논의하고 ▶촉박한 시한을 감안해 민감한 요구는 서로 철회하는 쪽으로 의견접근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분야에서 우리가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를 고치는 대신 미국이 자동차 관세 철폐시기를 앞당기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미국의 반덤핑 제도 개선안과 우리의 신(新) 약가정책의 개선안 등이 동반 타결될 가능성도 크다. 끝까지 남게 될 농업.섬유 등의 쟁점은 막판에 일괄적으로 최고위급의 결심을 통해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중간 수준 이상의 FTA=한.미 FTA는 당초 양국 정부가 목표했던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보다 다소 낮은 중간 수준 이상의 FTA가 될 공산이 크다. 양측의 요구와 예외가 상당 부분 수용되는 분위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개방의 강도나 영향이 우리가 종전에 맺은 FTA와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으로서도 북미자유무역협정 이후 가장 큰 경제규모를 가진 한국과 FTA를 맺게 된다. 다른 FTA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한.미 FTA 협정문에 일단 시장개방 수준을 합의하면 더 이상 후퇴시킬 수 없도록 역진 방지장치(Ratchet) 조항을 명문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인하대 정인교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까지의 흐름으로 미뤄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중상(中上) 이상의 수준'의 FTA로 평가할 수 있다. 절대로 낮은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홍병기.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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