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국가와 경쟁 심화 유화업계 정신 차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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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준(사진)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장(한화석유화학 대표)이 '3~4년 뒤 유화업계 위기론'을 제기했다. 그는 12일 협회장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이 5~6년 뒤 한국 경제 위기를 경고했지만 유화업계는 3~4년 뒤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위기감은 내년 말부터 이란.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의 유화 설비가 잇따라 가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의 수출 주력시장인 중국의 자급률도 올라가고 있다.

허 회장은 "원료를 싸게 조달할 수 있는 중동 국가의 유화 제조 원가는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국내 업계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8개 주요 석유화학 회사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한국 유화업계의 영업이익률은 2004년 15.9%에서 지난해에 7.1%로까지 급락했다고 협회는 추정했다.

석유화학은 생산액 기준으로 자동차.철강.반도체에 이어 우리나라 산업의 네 번째 주력 상품이다. 석유화학 역시 기술 좋은 미국.유럽과 원가 경쟁력 있는 중동에 치이는 '샌드위치 코리아'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화업계가 11년 간 일부 화학제품 가격을 담합했다고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판단한 데 대해 허 회장은 "내 경험이나 상식으로 11년 간의 담합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업체들간의 가격 경쟁이 워낙 치열해 수급 구조상 상시적인 담합은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는 '자진 신고자 감면제도'의 문제점도 거론했다. "가장 규모가 크고 그만큼 소비자들에 가장 큰 피해를 줬다고 보이는 대형 업체는 자술서 쓰면 과징금을 면제받고 잔챙이들만 과징금을 부과받았다"는 주장이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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