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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당한 “사치품 배격”(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사치·과소비추방계몽을 하려는데 왜 못들어가게 합니까.』
『우리는 합법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으니 항의시위하려거든 수입개방을 허용한 정부당국을 찾아가시오.』
12일 오후 2시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동관정문앞.
「망국적인 호화사치품 수입반대결의대회」를 마친 대한예수교장로회 은퇴목사회(회장 김용진·80)소속 목사 22명이 수입 사치품 배격내용이 담긴 전단을 고객들에게 배포하기 위해 정문을 들어서려는 순간 건장한 백화점 직원 10여명이 제지하고 나섰다.
집회장 주변에 삼삼오오 몰려 있던 직원들은 목사들이 현관문을 들어서려는 순간 자동문을 전부 내린채 일렬로 방패막을 형성했다.
『이 백화점엔 수입사치품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들어가서 직접 눈으로 확인할테니 비켜주시오.』
『우리 백화점은 수입품을 판매하는 개별업주에게 점포만 임대했을 뿐이니 제발 영업방해하지 말고 돌아가시오.』
은퇴목사회 김군명 목사(76)와 이 백화점 백모관리부장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정 들어가려면 전단을 맡기고 어깨띠를 뗀뒤 개인자격으로 들어가시오.』
백부장의 제안에 동의한 목사들은 입구와는 엉뚱한 방향인 주차장쪽으로 「안내」되다 속은 것을 알고는 다시 발걸음을 멈췄다.
『우리 봉급쟁이 좀 봐주세요.』『길건너 로데오거리에 우리 매출액의 2배나 되는 수입점포도 많은데 그쪽이나 다른 백화점으로 가세요.』
직원들의 강압반·애원반에 결국 이들의 백화점진입은 무산되고 말았다.
수입의류점이 즐비한 길건너 로데오거리로 발걸음을 옮기는 노목사들의 백발 너머로 이 백화점 전면에 내걸린 「B&B 이태리가구소개」「발렌티노 침구입점」 등의 수입품소개 플래카드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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