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38평 아파트 12만원서 92만원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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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재산세 부과시 기초가 되는 건물과표(건물 가격) 산정방법을 바꾼 것은 지역 간 과세 불평등을 해소하고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서다.

◇배경=지금까지는 면적이 넓은 아파트일수록 재산세 부담이 커지도록, 15평 이하는 과표를 20% 줄여주고 75평 이상은 60% 늘리는 등 면적에 따른 가감산율을 적용해 왔다. '넓은 아파트=호화고급 '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투기열풍이 불면서 지방의 50평형보다 서울 강남의 10여평형짜리 재건축 아파트가 훨씬 비싸게 거래되는 등 고가 아파트 여부가 면적보다 지역에 따라 좌우됐다.

그 결과 같은 3억원짜리 아파트라도 면적이 좁은 서울 강남권이 넓은 평형의 강북이나 지방보다 세 부담이 절반 이하인 경우가 속출, 과세 불평등 논란이 제기됐다.

또 서울 강남지역을 진원지로 한 투기열풍, 특히 15평형 재건축 아파트가 5억원이 넘는 등의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가감산율 적용 기준을 시가로 바꿨다는 설명이다.

◇재산세 얼마나 될까=새로운 과표가 적용되면 집값이 비쌀수록 재산세를 많이 낸다. ㎡당 신축건물 기준가액(18만원)을 정하고, 여기에 국세청 기준시가가 높은 집일수록 높은 가산율(최고 1백%)을 곱해 과표(건물의 가격)를 산정한 뒤 다시 세율을 곱해 재산세를 매기기 때문이다. 내년에 만들어질 새로운 과세표준(2005년 적용)은 ㎡당 신축건물 가액을 국세청의 기준시가(현재 46만원)로 대체한다. 또 부동산을 많이 가진 사람은 추가로 종합부동산세도 내야 한다.

시가가 8억5천만~9억3천만원에 달하는 서울 강남 대치동의 삼성래미안아파트 38평형은 올해 재산세를 12만6천원 냈다. 그러나 0%이던 가산율이 100%로 달라지면서 재산세가 92만6천원으로 올해보다 7.3배나 불어난다.

면적은 넓지만 집값이 싼 ▶서울 강북▶용인.김포 등 수도권▶지방의 일부 저가 대형아파트는 재산세가 낮아진다. 서울 도봉구에 있는 77평형아파트(국세청 기준시가 3억9천6백만원)의 경우 올해 재산세를 1백49만5천원 냈으나 내년에는 1백8만7천원으로 27.4%가 줄어들 예정이다. 경기도 용인의 82평형(기준시가 4억6천8백만원)도 올해 1백58만원의 재산세를 냈지만 내년에는 21.8% 줄어든 1백23만5천원만 내면 된다.

한편 단독주택. 상가 등은 최근의 부동산 투기 과열 현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종전의 면적기준 가산율이 적용된다.

◇지자체 반응=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과표기준이 강화되는 지자체들은 이번 조치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강남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연간 10만원 내던 재산세를 70만원으로 올리는 것은 행정 횡포"라며 "구 과표조정위원회에서 수용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서초구 내에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 국민주택 규모 아파트가 전체의 70%를 차지하는데 획일적인 과표를 적용하면 형평에 문제가 있고 조세저항도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 이상하(李相河)세제과장은 "지방세법 시행령에 행자부 장관은 일선 지자체에 과표 조정기준을 권고할 수 있지만, 구청장이 이를 거부하면 기준을 재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기원.양영유.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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