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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 청소년축구, 한골 먹자 허둥지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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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의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최근 발간한 자서전 '마이 사이드(My Side)'에는 2002 월드컵 브라질과의 준준결승전 당시를 술회한 장면이 있다.

"우리가 1-0으로 리드하고 있는 전반에 호나우두가 주심과 뭐라고 얘기하면서 크게 웃고 있는 모습을 봤다. 월드컵 8강전에서, 그것도 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여유를 부릴 수 있다는 게 놀랍고 부러웠다."

아다시피 브라질은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 청소년팀이 3일 파라과이에 진 원인은 주전 부상.체력 저하.세트 플레이 미숙 등 여러 가지가 지적될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지고 있는 상황에서의 경기 운영'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전반 14분 대회 첫 실점한 이후 한국 선수들은 당황하고 초조한 빛이 역력했다. 수비 조직력이 흔들렸고, 미드필드에서 패스도 자주 끊겼다.

중앙수비 김진규는 전반 42분 흥분한 상태에서 상대 선수와 싸우다 옐로카드를 받았다. 세트 플레이도 연습한 대로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박성화 감독은 경기 후 "내가 지시하고 있는데도 전혀 엉뚱한 곳에 서 있는 선수들이 많았다. 넋이 나간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첫 실점 후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진 것이다.

청소년팀은 지난 3월 15일 말레이시아전부터 이번 대회 독일전까지 5승3무를 거두면서 단 1실점도 하지 않았다. 당연히 선취골을 내준 적이 없으니 골을 허용한 이후의 심리상태와 대처 방법을 '학습'할 기회도 없었던 것이다.

B조의 아르헨티나는 스페인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모두 전반 0-1로 뒤지던 경기를 2-1로 뒤집었다. 지고 있을 때 더 차분해지는 것, 이것이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이다.

아부다비=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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