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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건강] 현미·유기농 식품으로 '93세 현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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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하루 8시간씩 굴착기를 타고 농장 주변의 도랑을 치는 93세 현역. 풀무원 농장의 원경선(元敬善.사진) 원장이다.

"그 연세에 인터뷰를 제대로 하실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은 대화 1분 만에 기우였음을 알게 된다. 50년 전에 일어난 사건을 날짜까지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을 보면 "노인성 치매는 나이순이 아니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그의 건강은 의사들을 놀라게 한 적도 있다. 그가 4년 전 허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의료진은 "파스를 자주 붙이고 진통제 복용하며 지내시죠"라고 권했다. 90 가까운 나이에 수술을 위해 장시간 마취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건강검사 결과 그는 '수술이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고, 인공 디스크 수술을 받은 국내 최고령자가 됐다.

건강 비결을 묻자 그는 "거친 음식, 그리고 유기농법으로 생산한 농작물 섭취, 가치있는 삶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거친 음식은 도정이 안 된 현미로 지은 밥과 죽이다. 그의 식탁엔 아침엔 현미밥, 점심엔 현미죽이 오른다. 90대 노인이 현미를 잘 소화시킬 수 있을까.

그는 "압력솥이 '현미밥이 다 됐다'는 신호를 보내면 가스불을 낮춰 40분간 뜸을 들이는 것이 소화가 잘되게 하는 비법"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현미 사랑은 벌써 30여 년째다. 한 일본인 학자로부터 "결핵에 걸려 체중이 절반이 된 사람과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가 백미 대신 현미를 섭취한 뒤 극적으로 살아났다"는 말을 듣고 현미를 자신의 수호천사로 삼았다.

그 뒤로 현미 공부도 많이 했다.

"현미엔 백미와는 달리 씨눈이 남아 있다. 씨눈엔 비타민.미네랄.식이섬유 등 건강에 유익한 성분이 풍부하다. 현미엔 감마 오리자놀이라고 하는 천연의 '신경안정제'도 들어 있다. 연애하다 헤어지거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때 현미밥을 먹으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는 것은 이래서다."

그는 화학비료.농약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법이야말로 건강을 지켜 주는 농사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1976년 경기도 양주에서 유기농 배추를 키우기 시작한 것이 국내 첫 번째 유기농이다.

그는 1992년 브라질 리우회의(지구환경회의) 때의 경험담을 들려 줬다. "브라질에 가기 위해 23시간 30분 동안 비행기를 탔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NGO 대표 30여 명 가운데 내가 최고 연장자였다. 강행군에 모두 끙끙 앓았지만 나는 시차를 전혀 느끼지 못했고, 바로 회의에 참석했다. 유기농 식품을 섭취한 덕이라고 믿었다."

그는 베풀고 봉사하는 것이 가치있는 삶이며, 이런 삶의 태도가 건강으로 보상받는다고 믿는다. "요즘 10년만 더 살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10년이면 많은 봉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이 들면 헛된 일을 하지 않으므로 노인의 1년은 청.장년의 10년이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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