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화학물질 사고 긴급대처 체계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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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황산탱크폭발사고·염화술폰산의 유출사고등 유독물질로 인한 크고 작은 환경사고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전세계적으로 유독물질을 포함한 화학물질이 매년 약1천종씩 선보이고있고 국내에만도 1백종정도가 등록돼 있으나 환경 및 건강에 주는 악영향을 평가하는 안전성시험은 그야말로 초보단계에 있다.
특히 유독물질을 싣고가던 차량이 충돌·전복하면서 독성이 강한 액체·기체상태의 물질을 흘려보내 인근주민·행인에 치명상을 주고 상수원을 오염시키는 사고에도 긴급방제체제가 갖춰지지 못한 실정이다.

<유독물질현황>
환경처에 따르면 올해국내에서 유통된 유독물질은 8백만t에 달한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유독물질은 1만여종 화학물질 가운데 3천1백10종이나 되지만 이중 65%(2천39종)는 아예 관리의 손길에서 벗어나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환경처가 운영하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으로 취급·사용제한등 관리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고작 5백19종에 불과한 실정이다.
관계자들은 앞으로도 매년 10∼20%씩 유독물질 사용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독물질이 취급업소에서 폭발·유출되는 사고는 물론, 운반과정에서 환경 생태계를 망치고 인명·재산피해를 내는 「걸어다니는 살인무기」가 될수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사고대책>
지난 6일 경북달성군다사면 방천리대구쓰레기매립장의 황산탱크가 폭발, 침출수처리장 직원2명이 중화상등을 입었다.
이사고는 황산이 방제지침의 대상에 들어있기는 하나 비상방제망미비등으로 작업장 피해에 그치지 않고, 쓰레기침출수를 그대로 금호강에 흘러들게해 환경사고로 확대됐다.
9월18일 경북 봉화군소천면 국도에서는 운전부주의로 전복된 탱크로리차량에서 흘러나온 황산이 낙동강상류 지천(현동천)을 오염시키고 사고지점에서 3km안에 사는 물고기를 떼죽음시켰다.
유독물질사고는 자연생태계의 파괴, 상수원 및 하천의 오염에 그치지 않고 인명과 막대한 재산피해까지 가져올 수 있는것이 큰 문제다.
4월3일 경기도수원시상공회의소 앞길에서도 차량충돌로 싣고가던 염화술폰산이 흘러나와 물을 뿌리는등 방제잘못으로 2명이 숨지고 인근주민등 23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사고가 일어났다.
그러나 노동부가 작업장의 유독물질을 관리하는 것과 별도로 환경처가 이들 물질의 방제지침을 내놓은 것은 지난달 말.
뒤늦게 나온 이 지침은 그러나 충분한 준비없이 서둘러 마련된 탓에 과산화수소·니트로벤젠·브롬·아닐린·염화메틸·클로로술폰산·황산등 39종에 대한 방제요령을 담는데 그쳤다.

<안전성검사>
환경·사람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 방제지침을 제대로 마련하려면 우선 안전성검사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나 실정은 그렇지 못하다.
안전성검사는 유독물질이 환경과 생태에 미치는 독성을 비롯해▲인체독성▲유전독성▲어류독성▲미생물독성등 약 30항목에 걸쳐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뿐만아니라 실제 유독물질이 생활속에서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한 「노출가능성시험」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고작 실험실 수준의 「독성시험」에만 매달려 있으며 유독물질을 실제 기체·액체상태로 마셨을때의 「흡입독성」에 대해서는 완전무방비상태다.
관계자들은 『노출가능성시험·독성시험의 기술과 경험을 선진국에서 하루속히 배워 정착시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하고 『특히 독성시험도 현장이나 야외에서 「사후모니터링」을 실시, 유독물질이 위험수위에 이르기전에 조기경보를 내리는 체제를 마련해야 할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비상방제망>
환경처는 『방제지침을 내무부·노동부등 관계부처와 시도·지방환경청·소방서·경찰서등에 보내 유독물질사고에 대처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기관들이 유독물질의 방제요령이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
게다가 유기적인 협조체제로 황산탱크폭발사고때와 같은 경우 각기관이 역할분담 또는 통합조정할수 있는 아무런 체제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처가 지침을 담은 책자(49쪽) 만 기관에 나눠주는 식의 「원시적」대책에 그칠 것이 아니라 관계부처간 협의로 종합방제체제를 갖춰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환경처는 이같은 허점을 메우기위해▲유독물질을 취급하는 산업입지단계에서 비상통제계획을 세우고▲유독물질의 유해성 정보 및 방제방법을 폭넓고 구체적으로 확립하며▲기업체들도 사고발생위험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근로자들에 대한 특별교육훈련을 실시하여야 하며▲화학공장주변에 안전을 위한 적절한 완충장치설치등 대책을 강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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