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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11) 전북 전주완산 민주당 김현종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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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42) 전주포럼 대표는 연일 정치인 세대교체를 주장하는 ‘독설’을 뿜어내고 있다. 얼마 전엔 ‘선배님들, 이제 좀 물러나시죠’란 제목의 성명을 냈다. ‘여야 4당 모두 중진이 문제이고, 이들이 기존의 정치체제와 정치권력에 기생하는 식충처럼 행세하고 있다’고 민주당 중진을 향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60세 이상은 다 떠나라는 일률적 세대교체론엔 찬성하지 않습니다. 핵심은 나이가 아니라 속되게 말해, 얼마나 해먹었느냐죠. 그런데 정치를 생업으로 권력에 기생해 온 구태 정치인들 대부분이 중진 현역의원들이거든요.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이 현역의원을 다시 찍겠다고 한 비율이 20% 미만입니다. 저는 내년 총선에서 영남이든, 호남이든 현역의원의 70% 이상이 바뀔 거라고 봅니다.”

민주당 전북도지부 부지부장도 맡고 있는 그는 민주당이 분당 이후 보여준 행태 역시 구시대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한 실망스러운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검찰의 정치자금 수사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략적으로 한나라당과 ‘특검도입’에 야합적인 공조를 한 건 중대한 과오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50년 전통의, 뿌리가 깊은 당입니다. 앞으로도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선과 정책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한나라당·열린우리당과 원칙 없는 야합이나 하고, 소모적인 정쟁을 벌일 게 아니라 건전한 정책대결과 개혁경쟁을 해나가야 해요. 민주당이 대대적으로 쇄신을 하지 않으면 호남 유권자들로부터도 버림 받을 겁니다.”

▶볼펜 하나 달랑 들고 상경했다는 김현종 대표의 기자 시절은 어땠을까?기자 1년차 때 그는 즉결심판제도를 취재하기 위해 일부러 무임승차를 했다. 그 바람에 경찰서에 끌려가 즉결심판에 넘겨졌고, 이틀동안 유치장 신세를 졌다. 그 덕에 취재는 성공이었다고. 그는 힘없는 사람들도 열심히, 한평생 노력하면 뜻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가장 존경한다고 했다. 지근거리에서 김 전 대통령을 가까이 모셨던 나날들을 회고하며 그는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민주당의 조직책 선정이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지도부에 중단을 요구했다. 개혁적인 지도부의 구성, 당의 대대적인 혁신을 촉구하기 위해 당내 젊은 전문가 그룹인 ‘새물결연대’를 결성하기도 했다. 지난 11월 28일 열린 전당대회에선 추미애 의원을 지지했다. ‘인물교체론’의 연장선상에서의 선택이었다.

김 대표는 전주 해성고와 전주대 역사교육과를 나왔다. 중앙일보 사회부·정치부 기자로 10년 일하기 전까지 지역구에서 20년 살았다. DJ 정부 시절 기자생활을 접고 청와대에 들어가 국정상황실 국장과 정무1국장을 지냈고, 16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사표를 냈다. 그는 그러나 현역이었던 장영달 의원에게 밀려 당 공천조차 받지 못했다. 1년간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 유학한 그는 다시 함께 일하자는 청와대 쪽의 제의를 뿌리치고 가족들과 고향인 전주로 내려왔다. 2002년엔 무소속으로 전주시장 선거에 나서 2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3선째인 장영달 의원은 그 후 열린우리당에 참여했고, 김 대표에겐 잠재적인 경쟁자이다. 김 대표는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도 따가운 일침을 놓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한 마디로 미숙합니다. 로드맵, 로드맵 하지만 실제로는 로드맵이 없어요. 어떤 일 처리는 초등학생만도 못합니다. 부안 사건이 단적인 예죠. 재신임안은 ‘지지하지는 않지만 하야도 원치 않는’ 20%의 유권자층을 볼모로 난국을 돌파하자는 거 아닙니까? 이건 맘 약한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협박 정치’입니다. 열린우리당도 낡은 정치, 인맥 정치 그만두고 제대로 정치개혁 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겁니다.”

그는 ‘전주포럼’을 만들어 각 분야에서 전주의 지방분권을 실현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전주의 시민단체 52곳과 함께 전북 E마트 지역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일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무한정 지역자금이 빠져나가는 한 지방분권은 요원하다는 것이 그의 논리. 전북E마트 도민연대회의 공동대표를 맡아 단식농성과 거리서명운동을 하기도 했다.

그는 지역에서 생활정치를 구현해나가는 선량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의 본령에 대해서도 국민의 대표자보다 지역의 대변자로서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북에서 E마트는 독점적인 유통 공룡입니다. E마트로 인해 동네 수퍼들이 한 해 2천~2천5백개씩 문을 닫고 있어요. 부양가족을 합하면 한 해 1만명이 생업을 잃고 있는 셈이죠. 한해동안 전북을 빠져나간 돈이 무려 2천5백억원이나 됩니다. 그래서 유통업체와 지역의 공존책으로 지역법인화를 요구하는 겁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자본주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라고 저는 믿습니다.”

주 진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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