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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으로 입사, 2년만에 CEO된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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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지기자사(士爲知己者死)'. 역사서 사기(史記)에 나오는 말이다.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뜻.

이를 요즘 직장인의 언어로 바꿔보면 이렇게 된다. '나를 알아주는, 내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직장에서 최선을 다한다.'

반채운(46) 아주렌탈 대표가 바로 그런 경우다. 반 대표는 일하기 좋고, 자신을 알아주는 그런 회사를 골랐다. 그 결과, 자신도 최고경영자(CEO)가 됐고 회사도 국내 렌탈업계를 선도하는 위치로 올려놓았다.

# 일할 여건

반 대표는 1986년 현대모비스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4년쯤 다니다 1990년 렌탈업계로 옮겼다. "이후 렌탈업계에서만 17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길다곤 할 수 없는 세월이지만, 한국의 렌탈업계에서만 따지면 거의 손가락에 드는 경력일 겁니다."

그는 아주렌탈로 오기전, 공기업 계열의 렌탈회사에서만 12년간 있었다. "경리 기획 인사 총무 영업 등 모든 일을 다 해보았습니다. 그저 주어진 일만 열심히 했지요. 그러다보니 진취적인 생각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는 반성이 일더군요."

안정적인 직장이었다. 하지만 조건보다는 새로 도전할 뭔가를 찾고 싶었다. 2002년 당시만 해도 신생기업이었던 아주렌탈로 옮겼다. 입사 당시의 직급은 부장이었다. 2년후인 2004년 그는 파격적인 승진을 거쳐 CEO가 됐다.

"일을 할 때 '만약 내가 사장이라면 어떻게 처리할까'를 늘 염두에 두었습니다. 항상 새로운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비록 전 직장에 비해 시스템이나 조직은 상대적으로 안정되지 않았지만, 반대로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는 너무나 좋았습니다. 제 자신이 가진 역량을 맘껏 펼칠 수 있었고, 회사를 그런 저를 인정해주었습니다."

그럼에도 정작 CEO를 해보고 싶다는 별로 없었다고. "CEO는 자신의 사적인 생활을 너무나 많이 희생해야 하는 그런 자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평소 일은 열심히 해야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나만의 생활도 소중하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렇다면 CEO가 되고 난 후, 그는 어떻게 시간을 쓰고 있을까. "제일 소중한 것, 내 주위에 있는 것부터 시간을 투자합니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요, 외국어공부와 악기 연습도 열심히 합니다. 전 술을 안 마시기 때문에 아침 일찍 출근해, 회사 동아리방에서 색소폰 연습으로 하루를 시작하지요. 송년회 행사때 직원들 앞에서 연주도 많이 했지요. 최근엔 사내 그룹사운드도 결성했습니다. 가족과도 시간을 보내려고 신경을 씁니다. 대신 개인적 모임엔 잘 나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고객 위주로 만나야 하니까요."

# 전문경영인

좀 껄끄러운 질문을 던졌다. 전문 경영인으로서 느끼는 한계와 대주주와의 관계에 대해 물었다. 그의 답변엔 거침이 없었다. "저는 제가 다니는 회사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그래서 오너인 대주주에게라도 할말은 하는 편입니다. 전문 경영인으로서 우리 회사를 키우는 데 의미를 둬야 하는 것이지, 제 인생을 어떤 특정한 한 사람을 위해서만 바치는 건 싫습니다."

그는 충성심이란 존경하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전 저를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이 좋습니다. 생각이 같은 사람이 좋습니다. 저희 대주주께선 구성원 개개인이 행복해야 회사도 잘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 이런 회사 분위기가 좋습니다. 직위와 상관없이 일할 맛이 나는 우리 회사에서 오래오래 다니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는 굳이 사장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회사를 위해 더 훌륭한 분이 있다면 CEO로 모셔와 달라고 대주주께 요청할 생각입니다. 제가 부사장이나 담당 임원을 할 수도 있는 거죠. 사장을 했다고 해서 굳이 동급으로 이동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행복하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 문화

아주렌탈은 국내 렌탈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이다. 사무자동화기기 등 IT품목 뿐 아니라 의료기기, 인쇄기기, 건설장비, 이벤트 설비까지 다루는 품목이 가장 다양하다. "관련 통계가 정비되지 않아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저희 회사가 자동차를 제외하고는 가장 시장점유율이 높다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꿈을 물었다. "앞으로도 보다 다양한 렌탈 품목 개발과 기본에 충실한 경영으로 국내 렌털 업계를 선도해 가겠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선진국 수준의 렌탈 문화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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