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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 못찾는 프로축구(상)주먹구구식 행정 "몸살"|출범후 구단주 회의없어|전담직원 2명뿐…심판들도 태부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프로축구 이대로는 안된다.」 83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프로를 도입한 국내축구계는 10년째가 되는 내년에는,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지 않으면 세미프로로 전락하고 만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구태의연한 행정, 경직되어 있는 운영, 그리고 프로의식이 결여되어 있는 국내프로축구는 일대변혁을 가져오지 않는한 92년도에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여질 것으로 전망된다. 프로축구의 문제점을 3회에 걸쳐 진단한다.【편집자주】
차범근 감독의 프로데뷔, 전월드컵 대표선수들의 전게임 출장, 포철전용구장시대 개막등으로 각종호재가 많았던 올프로축구는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아 예년에는 찾아볼수 없는 활기를 되찾았다.
축구협회가 4일 잠정집계한 올 프로축구의 관중은 1백20게임에 1백31만6천4백21명으로 게임당 1만2천3백3명을 기록, 지난해 게임당 6천85명에 비해 무려 두배이상의 신장세를 보였다.
올해 이처럼 국내 프로축구가 호황(?)을 누렸음에도 불구 협회나 구단·축구인들은 내년이야말로 국내프로축구의 가능성을 판가름할 한해가 될 것이라는 공통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축구계의 이같은 전망은 올해 관중이 크게 늘어난 것은 각 구단이 그룹사직원을 동원한 것이지 자발적인 축구팬들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는 것과 현체제로서는 프로리그 운영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다.
프로리그는 형식상으로는 협회가 주관하지만 실질적으로는 6개프로구단 단장들로 구성된 프로위원회가 모든 것을 관장하고 있다.
그러나 프로위원회는 각구단의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있어 경비지출을 줄이는 문제를 제외하고는 어느것 하나 쉽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프로축구는 경기방식·승점제·신인드래프트·계약금문제등 현안들이 산적해 있으나 무사 안일한 일부 구단과 구단간의 이해문제등으로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그룹 자회사의 중역들인 구단장들은 경기인 출신이 아니어서 축구에 대해 문외한인데다 재임기간이나 아무일 없이 보낸후 그룹의 다른 자리로 옮기겠다는 「적당주의」의식이 팽배해있다.
단장들은 1년에 4∼5회 열리는 프로위원회마저 적당한 핑계를 내세워 불참하기 일쑤며 구단실무자인 사무국장들이 결정한 사항도 걸핏하면 뒤집곤한다.
또 프로리그의 실무를 맡고있는 직원·기록원·심판들도 태부족이다.
협회내에 전담직원은 단2명뿐이고 기록원도 대학, 중·고교, 실업등까지 함께보는 6명정도여서 프로기구로는 낯뜨거울 정도다.
1년 먼저 출범한 프로야구는 한국야구위원회 (KBO) 산하에 직원24명, 기록원10명, 심판29명이 전담하고 있는 것과 비교한다면 프로축구는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이다.
이 때문에 축구계에서는 프로리그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1차적으로 프로야구처럼 구단주회의를 연례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히 대두되고있다.
프로야구의 경우 매년초 구단주회의를 갖고 사업계획 및 예산문제등을 확정하고 구단사장들로 구성된 실행이사회에서 모든 업무를 관장, 일사분란하게 처리한다. 프로축구의 경우 9년동안 단 한차례도 구단주들이 모여 프로축구에 대한 협의를 한적도 없고 중역들인 단장들에게 내팽개쳐버려 무엇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있다.
따라서 내년 시즌이 오기전에 구단주들이 프로축구 행정에 대한 원칙을 도출해 내지 않는다면 내년시즌도 예년과 다름없는 행정부재현상을 드러내 프로축구는 설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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