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학원가 주변 전셋집 동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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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4천6백가구가 넘는 미도.선경.개포우성아파트 3개 단지에 전세 매물이 고작 10여건 정도입니다. 올해처럼 전세 품귀가 심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 S부동산 중개업소 金모(45)사장은 요즘 출근하면 전세 매물을 찾는 일부터 시작한다. 전세 대기자가 5~6명이지만 열흘째 마땅한 물건을 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金사장은 "중개업소에 나와 있는 매물도 고객이 꺼리는 비로열층이거나 은행 융자가 많은 물건"이라며 "겨울방학 이사철엔 전세 구하기가 더욱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평균 아파트 전셋값이 2개월 이상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강남구 대치.도곡동 일대 중대형 전셋값은 유독 초강세다. 겨울방학을 앞두고 유명학원과 학군 등을 찾아 이들 지역에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이 많고, 양도.보유세 중과 조치로 전세 수요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대형 주상복합아파트 전셋값은 한달 새 1억원 올랐고, 매물이 귀해 이 일대 중개업소들은 매물 쟁탈전까지 벌이고 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2차 67평형 로열층 전셋값은 8억5천만원으로 지난 10월 말에 비해 1억원 올랐다. 타워팰리스 1차 39평형도 이 기간 4억5천만원에서 5억원으로 5천만원 뛰었지만 매물을 찾기 힘들다. 도곡동 S부동산 관계자는 "10.29 부동산대책 이후 아파트 투자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학부모 등 실수요자들이 매매에서 전세로 전환하는 바람에 가뜩이나 전세수요가 넘쳐나는 이 일대 아파트전세난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대치동 미도.선경.개포우성 등의 30평형대는 한달 전보다 3천만원, 40평형대는 4천만~5천만원, 50평형대 이상은 6천만~7천만원 각각 올랐다. 대치동 B부동산 관계자는 "내년부터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요건에 '2년 거주'가 추가되자 다른 지역에서 살던 집주인이 계약 만기 땐 자신이 거주하겠다며 세입자에게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한다"며 "비과세 요건 강화가 이곳 전세품귀 현상의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전세 재계약을 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비교적 전셋값이 싼 인근 개포.역삼.일원동 일대로 몰리면서 이 지역 전셋값도 강보합세다. 개포동 경남 2차 59평형은 3억8천만~4억1천만원으로 한달 새 2천만원 이상 올랐다. 개포동 남도공인 이창훈 사장은 "10평형대는 매물이 많아 전셋값도 오르지 않고 있으나 30평형대 이상은 강보합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투자회사인 지오씨앤디 곽창석 사장은 "대치.도곡동 일대를 제외한 강남권 전세시장은 아직 위축돼 있으나 겨울방학 이후 오름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며 "전세를 구하려면 서두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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