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완결편 '왕의 귀환' 17일 개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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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시리즈 완결편을 목놓아 기다려온 열혈 팬들은 이제 십여일만 더 손꼽으면 된다. 오는 17일 '반지의 제왕' 3편 '왕의 귀환'(The Return of the King)이 전 세계에서 동시에 개봉되기 때문이다. 순수하지만 연약한 호비트 프로도(일라이자 우드)는 과연 반지를 파괴하는데 성공할까, 골룸(앤디 서키스)은 오랜 갈등 끝에 프로도의 반지를 빼앗게 될까, 아르곤(비고 모르텐슨)과 아르웬(리브 타일러)의 사랑은?

이런 의문들은 장장 3시간12분에 이르는 이번 3편에서 완전히 해소된다. 1편 '반지 원정대', 2편 '두 개의 탑'에서 느꼈던 감동도 절정을 향해 치닫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과 상상력으로 가득찬 J R R 톨킨의 원작을 극적이면서도 시각적인 화려함으로 되살려낸 피터 잭슨 감독의 야심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아쉬움도 밀려들 것이다.

지난 1일 뉴질랜드 웰링턴에서는 '왕의 귀환' 첫 시사회가 열렸다. 이 곳은 잭슨 감독의 고향이자 4년간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찍었던 촬영장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장 전투적이면서, 가장 감성적인='왕의 귀환'은 중간계 호비트의 운명이 달린 마법의 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길을 떠나 프로도와 샘의 이후 여정을 담고 있다. 둘은 지친 발걸음을 끌며 반지가 버려져야 하는 운명의 산이 있는 모르도르에 조금씩 다가가지만 악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사우론의 힘은 더욱 거세진다.

이들의 길잡이이자 가장 위협적인 동반자가 된 골룸의 반지에 대한 집착과 갈등도 멈추지 않는다. 인간 최고의 전사인 아라곤 일행과 마법사 간달프(이안 매켈런 경)는 로한과 곤도르 연합군을 이끌며 사우론에 맞서 중간대륙 최후의 전쟁에 나선다.

잭슨 감독은 '왕의 귀환'을 "3부작 중에서 가장 감성적(emotional)"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3부작 중 볼거리가 가장 어마어마하기도 했다. 영화는 스미골이 어떻게 골룸이 되었는지 설명하는 한편 샘과 프로도, 골룸 등 세 인물의 갈등이 어떻게 꼬여가는 가도 섬세하고도 극적인 묘사로 보여준다.

거미괴물 실롭의 실체도 처음 공개된다. 여기에 중간계에서 가장 거대한 요새로 7층형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도시 미나스 티리스, 펠렌노르 평원에서 펼쳐지는 전투 장면 등은 전편들과 비교할 수 없는 웅장한 규모다. 전쟁 장면을 유난히 좋아하는 감독의 남성적인 터치가 느껴지기도 한다.

시사회를 본 각국 기자들 중에는 "펠렌노르 전투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며 엄지를 치켜든 이들이 많았다. 2편의 헬름 협곡 전투 장면에 나온 디지털 캐릭터가 1만명이었던 데 반해 펠렌노르에는 이 캐릭터가 20여만명으로 불어난 데서도 규모의 방대함을 알 수 있다.

◇시리즈의 '베스트'인가?='반지의 제왕'시리즈가 세계인의 감동을 끌어낸 데는 첨단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 낸 시각적인 효과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선과 악이라는 단순 이분법을 넘어 불신과 의혹, 좌절과 유혹 등 인간 내면의 복잡하고 어두운 욕망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매 순간 스미골과 속삭이며 싸우는 모습으로 묘한 연민을 부르는 괴물 골룸의 존재처럼 말이다. 3편에서는 캐릭터들의 가족사까지 더해지면서 지치고 성장하고 파멸해 가는 인물들의 다채로운 모습이 나타난다.

전 세계에서 1억명이 읽었다는 원작 '반지의 제왕'을 잭슨이 영화화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문학과 영화가 만나 구현해 낼 수 있는 최대의 효과, 즉 '균형의 미학'을 염두에 두었음에 틀림없다. 잭슨은 가장 자연적인 것(뉴질랜드의 웅장한 풍광)과 가장 인공적인 것(첨단 그래픽과 미니어처 기술)을 융화시키려 했고, 박진감 넘치는 전쟁과 인간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선악의 갈등을 함께 스크린에 담으려 했다.

영화에 쓰인 디지털 기술에 대해서는 일부에서 너무 방만하지 않으냐는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날 시사회에서 많은 이들은 "'왕의 귀환'이 1, 2편을 압도한다" "가슴이 찡해 눈물을 찔끔거렸다" "감독이 마지막을 위해 시리즈의 '베스트'를 아껴뒀던 것 같다" 등으로 호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웰링턴(뉴질랜드)=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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