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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즐거움에 나이 잊어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돋보기안경을 낀 백발의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노래속에 파묻혀 활기찬 여생을 누리고 있다.
서울의 할머니 노래모임 「드보라 합창단」, 부산지역 할아버지 합창단 「상록수 합창단」.
「60세이상」을 가입자격으로 하는 이들 두 합창단은 최근 편지를 통해 서로 만나 공동발표회를 열것을 추진하고 있어 노래하는 즐거움외에 또다른 기대로 가슴 설레고 있다.

<상록수합창단>
부산시범천1동855의13 국제피아노조율학원 2층의 4평 남짓한 연습실.
할아버지 14명이 노래부르기에 여념이 없다. 『기약없이 떠나가신 그대를 그리며/먼산위의 흰구름을 말없이 바라본다/아아 돌아오라….』
조두남곡 『그리움』을 합창하는 이들의 표정은 손자·손녀의 그것처럼 천진난만하다.
『「아아 돌아오라」에서 왜그렇게 길게 빼. 늙은이라고 늘어지지 마. 다시.』 피아노반주를 하는 단장 방부원씨(64)는 단호한 목소리로 틀린 부분을 지적한다.
노래한마당이 끝날때쯤 한 할아버지가 들어오자 『지각생이네, 지각생』이라며 마치 어린이들처럼 이구동성으로 핀잔을 준다.
상록수합창단이 창단된것은 15년전인 76년 11월8일.
방씨는 『당시에는 우리대부분이 40, 50대였다』며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부산사회에 부드러움을 심자는 뜻에서 합창단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동안 20여차례 합창발표를 한 이 할아버지들은 7월10일 부산시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청소년을 위한 가곡의 밤」에도 출연, 『오빠생각』등 가곡과 가요 『사랑으로』를 불러 청중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 합창단 회원은 최연장인 전부산대교수 한형석씨(83)를 비롯해 인간문화재 천재동씨(76), 최연소인 강태운씨(60)등 20여명.

<드보라합창단>
「드보라합창단」은 80년대초 전국의 노인대학을 1백여차례나 돌며 공연해 명성을 날린 할머니노래모임.
이 합창단은 84년5월 「제2회 경로위안예술제」에서 최우수상을 받는등 합창경연대회에서 20여차례나 수상했다.
77년7월21일 12명이 모여 창단했을 당시 기독교인이 많아 구약성서에서 합창단 이름을 땄으나 단원들은 종교와 상관없이 구성됐다.
20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은 매주 수요일 오후2시면 어김없이 서울정동교회에 모여 『옛날은 가고 없어도』 등 노래를 젊은이 못지않은 정열로 합창한다.
『노래를 부르다보면 그 순간은 무아지경이 됩니다. 아침에 며느리하고 개운치 않은 일이 있었어도 노래를 부르면 구름이 걷히는 것처럼 맑아지고 모두를 사랑하고싶은 생각이 들지요.』
단장인 김영애씨(74)는 몸은 늙었지만 노래를 부르다보면 이런 좋은 순간이 있구나 하고 느낀다고 말한다.
80년부터 참여했다는 고숙자씨(73)는 『80년대초까지만 해도 전성기였다』며 『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서 맥을 이어주는게 우리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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