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사장 대선 레이스 뛰어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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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국현(58.사진) 유한킴벌리 사장. 범여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로 꼽히는 그가 8일 공개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 사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통합과 번영을 위한 국민운동' 발기인 대회에서 축사를 했다. 국민운동은 1970~80년대 민주화운동을 한 재야 인사들이 주축이 된 일종의 범여권 외곽단체다.

국민운동 측은 "한나라당과 수구 세력의 준동은 역사의 후퇴를 낳을 것"이라며 "대선에서 평화개혁세력의 대통합을 이루고 '반(反)수구 국민후보'를 탄생시킬 것"을 표방했다.

문 사장은 축사에서 "어려운 고비마다 경제와 사회를 지키고 앞서가기 위해 애쓰는 여러분과 함께할 기회를 갖게 돼 영광스럽다"고 했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대선 후보 영입 제의를 받았나.

"잘못된 추측이다. 후보자가 열 명 이상인데 제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나."

-범여권에선 기존 정치인들로는 승산이 없어 관심이 큰 것 같다.

"누가 이기느냐는 우리의 관심이 아니다."

문 사장은 출마설을 부인하면서도 대선 정국과 관련해 많은 말을 했다. "단 한 사람의 대선 주자도 정책을 갖고 국민과 올바른 대화를 하고 있지 않다. (대선 주자들이) 경제.사회정책을 내놓지 않는 게 신기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누가 토지 보상비를 많이 줄 것이냐는 하드웨어 경쟁을 하고 있는데, 과거식 국토개발 경쟁에서 벗어나 일자리 확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시멘트보다는 소프트웨어"라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경부운하 구상을 비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문 사장은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정책을 터놓고 논의할 장이 없는 게 문제"라며 "이런 상황에선 아무리 훌륭한 사람도 (대통령 선출이) 안 된다"는 말도 했다. '경제 전문가로서'란 단서를 달았지만 "(그런 장이 생기면) 나도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박원순.최열과 새 정치세력 모색"=여권 관계자는 "경영 능력과 부패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신뢰가 문 사장의 무기"라고 말했다. 서울 출신인 문 사장은 74년 유한킴벌리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사장(95년)에 올랐다. 그는 킴벌리클라크 북아시아 총괄 사장을 맡을 정도로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경실련 환경정의시민연대 이사, 생명의 숲 공동대표, 아름다운 재단 이사, 내셔널트러스트 공동대표를 맡는 등 20여 년간 시민사회 쪽에도 몸담아왔다.

그와 가까운 학계의 지인은 "문 사장은 '창조한국 미래구상'에 참여한 최열 환경재단 대표, 박원순 변호사 등과 함께 새로운 정치세력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고민을 하고 있다"며 "만일 (정치 참여를) 결심할 경우 뜻을 같이할 시민사회와 전문가 그룹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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