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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과외 받는 CEO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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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이사회 의장은 CEO 시절 유승삼 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를 사업과 인생의 코치로 삼았다. 회사를 세운 뒤에도 한때 '경영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의사로서의 길을 갈까'하고 고민했으나 유 대표가 "가슴 뛰는 일을 택하라"고 충고해 의사직을 포기했다.

코치로부터 한 수 배우려는 CEO들이 늘고 있다. 전문 기관 또는 선배 기업가들에게 경영 능력과 회사 운영 스타일 등에 대해 일대일 지도를 받는 CEO가 많다. LG경제연구원이 8일 발표한 'CEO 과외 열풍 거세다'는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골드먼삭스.HP 등 포춘 500대 기업 중 40%를 넘는 200여 곳의 CEO가 수시로 코치를 받고 있다. GE와 IBM은 이사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CEO에게 코치를 받도록 강제하는 권한까지 갖고 있다. 또 미국에는 전문 CEO 코치만 1만 명이 넘고, CEO들이 코치에게 지급하는 비용은 한 해 1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코치 산업이 뜨는 이유는 이렇다. 회사 임직원들이 상사인 CEO에게 충고하기란 매우 어렵다. CEO가 조직에 적합하지 않은 경영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어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용기를 가진 직원은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코치가 필요한 것이다. CEO 입장에선 고민을 들어주고 스트레스를 풀어 줄 조언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경영.인생 상담자로서 코치를 찾는다.

LG경제연구원은 '코치 선정을 신중히 할 것' 등 회사가 CEO를 위한 코치를 뽑을 때 유념해야 할 3계명도 제시했다. 재무.인사 등 경험한 분야가 다양하고, CEO가 속내를 털어놓도록 만드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코치로 기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금융회사 뱅크보스턴은 아예 코치 선발위원회를 구성해 필기와 면접 시험을 거쳐 코치를 뽑는다. LG경제연은 보고서에서 코치를 받는 CEO 자신이 유아독존적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업은 내가 제일 잘 안다"는 생각이 굳어 있으면 아무리 코치를 해도 '쇠 귀에 경 읽기'라는 것이다. 이 연구소의 허진 책임연구원은 "코치는 CEO의 경영 방식 등에 대해 외부의 객관적이고 신선한 판단을 얘기해 줄 수 있다"며 "CEO들은 골프 황제인 타이거 우즈도 골프 코치를 두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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