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틈없는 운행“참사예고”/한계령 버스사고/운전사도 제한속도 안지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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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인제=이찬호·홍창업기자】 2일 인제군 북면 한계리 관광버스 추락사고는 단풍철 성수기를 맞아 무리한 운행을 예사로 하고있는 관광버스 회사의 안전무관심과 도로시설 미비가 어우러져 빚은 「예정된 참사」로 사고원인이 드러나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사고버스는 9월말부터 밀려드는 관광차량 수요로 쉴틈없이 운행을 계속,거의 정비를 하지못한 것으로 관계자들의 진술을 통해 밝혀졌다.
사고직후 경찰은 89년 출고된 차량이 브레이크 고장을 일으킨 것은 정비불량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사고버스의 운행일지 및 정비일지를 입수하려 했으나 회사측 관계자들이 사무실 문을 잠근채 잠적했다.
차량정비 불량과 함께 운전사 박노만씨(45)의 안전수칙을 무시한 운행도 사고의 큰 원인으로 지적됐다.
2일 사고지점 부근은 시계 20여m로 짙은 안개가 끼었으나 박씨는 자신의 운전솜씨를 믿고 한계령을 내려가면서부터 이 지역 운행제한속도가 시속 50㎞ 구간임에도 80㎞ 이상 과속운행을 했다.
운전사 박씨가 사고지점으로부터 1㎞ 못미친 지점에서 브레이크 고장을 확인,「엔진브레이크」방법으로 차를 세우려 했으나 기어전환조차 못했던 것이 과속을 입증하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있다.
당황한 박씨는 브레이크와 기어 모두가 듣지않자 도로 우측 암벽을 두차례 차체로 받아 속도를 줄이려 했으며 엔진시동까지 껐으나 이미 속도가 붙은 차량을 멈출 수 없었다.
이와 함께 사고에 대비한 도로 안전시설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한계령에서 사고지점에 이르는 도로는 지난 8월 개최된 잼버리대회를 앞두고 정비,굴곡표지판·속도안내판 등은 제대로 갖추어져 있었으나 도로가 한계령으로부터 계속 내리막길인 점에 비추어 위급시 차를 멈출 수 있도록 적사장이 있어야 하는데도 적사장이 없어 차를 정지시키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사상자가 많았던 이유중의 하나는 다리난간을 들이받은 버스가 천장부근부터 떨어지면서 커다란 바위와 충돌한 때문으로 승객과 좌석 등이 뒤엉켜 사상자를 꺼내는데만 2시간30분이 걸리는 등 구조작업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상당수 승객들이 노약자들로 사고차량이 브레이크 고장을 일으키고 암벽에 부딪치자 운전사와 젊은 승객들이 『안전벨트를 매라』고 두차례 소리쳤음에도 미처 안전벨트를 매지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사고사망자는 43명의 승객중 22명으로 당초보다 1명 더 늘어났다.
사망자중에는 신부 박순복씨(27)의 어머니 김춘옥씨(67·강원도 양양군 양양읍 남문2리) 등 일가족 4명도 포함돼 있으며 나머지 승객도 대부분 중상을 입었으나 최보현양(5·여·강원도 속초시 교동)만은 유일하게 한군데도 다치지 않고 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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