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간판상품」이 없다/무공 조사/품질·광고등 비가격분야 소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굳이 찾으면 고려인삼뿐/수출품 41%가 OEM식
세계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할 「간판상품」이 없다.
애써 찾는다면 5백년전 이른바 조공무역때나,세계 12대 무역국이란 요즘에나 「고려인삼」하나뿐이다.
최근 무역진흥공사가 세계시장에서 수출상품의 품질·시장점유율·브랜드 이미지 등을 종합조사한 결과 카메라의 닛콘,항공기의 보잉,승용차의 벤츠나 도요타,신발의 나이키나 리복처럼 「품목=상표」를 떠올리는 세계 일류화상품은 인삼을 제외하고는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자·섬유·신발·철강·자동차등 전체수출의 81%를 차지하는 10대 수출주종 품목의 경우 모두 중저가 위주로 높은 시장점유율에 비해 일류화상품으로 해외소비자가 꼽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는 그동안 국산수출품이 낮은 노임을 바탕으로 가격경쟁력에만 치중,품질·아프터서비스·디자인·상품광고등 비가격경쟁력을 상대적으로 소홀히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수출상품의 41%가 얼굴없는 상품인 구매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수출되고 이같은 OEM 비중은 가전제품(80.8%) 의류(85.3%) 신발(89%)등 수출비중이 크고 외국소비자와 직접 마주치는 품목일수록 높아 수출량은 많아도 아예 한국산인지조차 모를 품목도 많았다.
국산상품 가운데 시장점유율은 높았지만 일류화상품 구축에 실패,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표적 상품은 전자레인지·VTR·전화기·카오디오·컴퓨터등으로 조사됐다.
이들 품목은 비가격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해 최근 중국 및 아세안제품에 밀리면서 올들어 3∼14%의 세계시장점유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이철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