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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메카” 부상된 마드리드/중동평화회의 30일 개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경찰 만여명 배치 철통경비/보도진만 4천5백명 몰려
물과 기름의 관계인 이스라엘과 아랍국들이 자리를 함께 하는 역사적인 중동평화회의가 30일부터 스페인수도 마드리드에서 개최된다.
금세기 최대의 지역분쟁 해소를 위해 개최되는 이번 회의에는 이스라엘과 시리아·레바논·요르단 등이 협상당사국으로 참가하는 것을 비롯,미국과 소련,유엔과 유럽공동체(EC)가 각각 스폰서와 업저버 자격으로 참여한다.
점령지 반환문제를 놓고 이스라엘과 대립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은 요르단과 공동대표단을 구성,이번 회의에 참가하게 된다.
이번 회의로 갑자기 「중동평화의 메카」로 부상하게된 마드리드에는 각국 대표단과 보도진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으며 시내 곳곳에는 스페인 경찰의 삼엄한 경비가 펼쳐지고 있다.
특히 회의장인 팔라치오 레알(왕궁)주변과 프레스센터 및 각국 대표단이 묵는 호텔주변 등에서는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경찰들이 일일이 출입을 통제하는 등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스페인 내무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마드리드시내에 1만명의 경찰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오는 92년 올림픽과 세계박람회를 앞두고 이번 회의를 개최,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스페인은 차질없는 회의진행을 위해 최대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 18일 마드리드로 회의장소가 최종 확정된지 불과 2주일도 안되는 짧은 기간중 회의준비를 완벽하게 끝마쳤다는게 로사콘데 스페인정부 대변인의 자평.
스페인 정부는 지난 75년,프란시스코 프랑코 총통의 장례기간중 그의 시신이 안치됐던 곳으로 유명한 팔라치오 레알의 콜룸나스 살롱을 회의장으로 급조한 것을 비롯,각국대표단과 보도진을 위해 시내에 2만5천개의 호텔객실을 확보했고,또 회의장 근처에 있는 카사 드캄포공원에 대형 임시프레스센터를 설치했다. 이번 회의취재를 위해 취재신청서를 낸 각국보도진수는 4천5백명으로 단일 사건에 몰린 취재진수로는 사상 최대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회의는 3단계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아직 일정은 유동적이다. 우선 1단계로 30일부터 사흘간 각국대표단 전체가 참여하는 개막총회가 열릴 예정으로 이 1단계회의에서는 각국대표가 기조연설형식으로 각자의 공식입장을 밝히게 된다. 의례적인 성격의 1단계 총회가 끝나면 이스라엘·시리아,이스라엘·레바논 및 이스라엘과 요르단·팔레스타인 대표간의 양자회의가 열리게 되는데,최대의 현안이 되고 있는 점령지반환문제 등에 대한 협상이 바로 이 2단계회의에서 벌어질 예정이다.
그러나 이 2단계회의가 개막총회에 이어 곧바로 마드리드에서 열릴지,아니면 그밖의 다른곳에서 열릴지는 아직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랍국들은 마드리드를 회의장소로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이스라엘은 중동지역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2단계회의에 이어 군축·수자원·경제협력등 중동지역 전체의 공동관심사를 다루게 될 3단계 다자간회의가 언제쯤 시작될 수 있을지는 더욱 불투명하다.
워낙 상호간의 이해가 팽팽하게 맞선 2단계 회의가 언제 끝날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몇년씩 끌수도 있으며,아예 중간에 깨져버릴 수도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30일의 개막회의는 펠리페 곤살레스 스페인총리가 개막사를 하는 것으로 시작,후안카를로스 스페인국왕의 환영사에 이어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기조연설로 본격개막된다.
개막에 앞서 29일 미·소 양국정상은 마드리드에 있는 소련대사관저에서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마드리드=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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