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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한자학습길라잡이] ⑦ 일상의 사물에 한자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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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양말은 왜 양말이라고 해요?"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다. 만지는 것마다 보는 것마다 이것저것 묻고 싶고 알고 싶다. 이럴 때 심드렁하게 대꾸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귀찮아서가 아니라 몰라서 대답을 못해 줄 땐 곤혹스럽다. 이럴 때 기초적인 한자 상식만 갖춰도 부모 위신을 세울 수 있다. 양말은 왜 양말일까?

?생활 언어에 한자가 있다=집에서, 학교생활에서, 문구점에서 아이들은 수많은 사물과 마주친다. 주변에서 쉽게 보고 만지는 사물의 뜻에서 배움을 시작한다면 학습 효과가 높을 것이다. 그런데 주변의 사물 이름은 대체로 한자어다. 따라서 사물의 명칭은 한자의 뜻을 풀이하면 그 뜻이 저절로 드러난다.

예를 들어 보자. 선풍기(扇風機)란 부채 선(扇), 바람 풍(風), 기계 기(機), 곧 부채처럼 바람을 내는 기계란 뜻이다. 주전자(酒煎子)는 '술 달이는[酒煎] 그릇'이란 뜻이니 본래는 술을 데우는 용도였음을 알겠다. 냉장고(冷藏庫)는 '차갑게 저장하는 창고'란 뜻이다.

학교생활에서 쓰는 어휘도 마찬가지다. 담임선생님의 담임(擔任)은 책임지고 맡는다는 뜻이다. 방학(放學)은 배움을 놓는다, 곧 학교 수업을 잠시 내려놓는다는 뜻이다. 반면 개학(開學)은 배움을 연다는 말이다. 두근두근 설레는 소풍(逍風)은 '바람 속을 거닐다'는 뜻이어서 참 운치가 있다. 만년필(萬年筆)은 만년이나 쓸 만큼 오래 쓰는 붓이고, 연필(鉛筆)은 '흑연(黑鉛)으로 만든 붓'이다. 공책(空冊)은 무언가를 쓰도록 '비워 둔 책'이란 뜻이다.

◆사물의 모양에서 나온 한자어=생활 어휘 가운데는 사물의 특성이나 모양을 본떠 만든 단어가 많다. 예컨대 반딧불 형(螢)자가 있는 형광등(螢光燈)은 '반딧불 빛으로 된 등불'이란 뜻이다. 반딧불이가 반짝반짝 빛을 내는 특징을 따와 형광등이란 이름을 붙인 것이다. 나사(螺絲)는 소라 나(螺)와 실 사(絲)로 이뤄졌으니 '소라처럼 생긴 실'이란 뜻이다. 나사 모양이 소라처럼 나선형이어서 지어준 이름이다.

이처럼 생활 언어는 대부분 사물의 모양이나 기능과 관련돼 있다. 한자의 뜻을 통해 어휘를 풀어주면 단어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게 되고 언어 구사 능력도 향상될 것이다. 부모가 먼저 한자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갖추도록 하라. 사전이나 자전, 인터넷을 통해 글자의 뜻을 안 다음 아이들에게 풀어서 말해 보자. 또 사물과 글자 속 사물의 공통점을 찾아보게 하자. 한자와 쉽게 친해질 것이다.

◆낱글자를 단어와 결합시켜라=낱글자와 관련된 생활 언어를 한자리에 모아 배우는 방법도 좋다. 예컨대 자(自)는 '스스로'란 뜻이다. 그러면 자(自)가 들어가는 단어를 한꺼번에 배운다. 자동차(自動車)는 스스로 움직이는 차란 뜻이고, 자가용(自家用)은 자기 집[自家]에서 사용하는[用] 차다. 자명종(自鳴鐘)은 '스스로[自] 울리는[鳴] 종[鍾]'이니, 정해진 시간이면 저절로 울리는 시계인 것이다.

양(洋)자가 들어가면 서양(西洋)에서 들어온 물건이란 뜻이다. 양복(洋服)은 서양 옷이란 뜻이고, 양궁(洋弓)은 서양의 활쏘기란 뜻이다. 우리나라 전통 활쏘기는 국궁(國弓)이라고 불렀다. 양주(洋酒)는 서양에서 들어온 술이란 뜻이고, 양배추는 서양 배추다. 반면 오랑캐 호(胡)나 당나라 당(唐)이 들어가면 중국에서 들어온 물건이다. 호두.호떡.호빵.당근.당면.당나귀 등이 그런 예다.

또 이 치(齒)를 배우고 나면 치(齒)가 들어가는 단어를 함께 배운다. 이에 균이 침투해 이가 상하면 충치(蟲齒)가 되는데 '벌레 먹은 이'란 뜻이다. 충치가 생기지 않으려면 칫솔에 치약(齒藥)을 묻혀 양치(養齒)질을 하면 된다. 양(養)은 '기르다'는 뜻이니, 양치질은 이를 건강하게 기르는 행위다.

◆사물의 명칭에는 한자가 숨어 있다=그 글자와 관련된 단어를 배우면 연상 작용에 의해 더 쉽게 한자어를 배울 수 있다. 일상의 사물 이름에는 한자가 숨어 있다. 막연하게 추상적으로 알지 말고 한자의 뜻풀이를 통해 개념을 익히도록 하라.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고, 개념을 정확하게 깨칠 것이다.

이제, 양말은 이렇게 대답해 줘라. "양말은 서양에서 들어온 버선이란 뜻이란다. '양'자가 들어가면 서양에서 들어온 물건이란 뜻이지. 서양에서 들어온 발에 신는 물건을 보고 서양 양(洋)자와 버선 말(襪)자를 합쳐 양말이라 불렀단다. '양'자가 들어가는 것을 또 찾아볼까?"

박수밀 한국언어문화학회 연구이사·한양대 국문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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