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동으로 바꿔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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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들어오는 동네(풍납동·風納洞)'보다는 누에 치는 동네(잠실동·蠶室洞)가 더 좋은 것 같아요"
송파구 풍납동의 상당수 주민들이 동 이름 바꾸기 운동을 펴고 있다. 지난해 초 시작된 동명 개정 움직임은 지난 연말까지 여러 차례 열린 공청회에 이어 최근에는 플래카드 내걸기,서명운동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동명 개정을 추진하는 주민들이 내거는 명분은 간단하다. 아파트 등의 재산권 행사를 하는 데 있어서 이름이 안 좋다는 것이다. '풍납동'하면 외지인들 사이에 '문화재 보호구역'이나 '침수지역'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결국 주택 브랜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반면 겨우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데도,행정구역 상 인근 '잠실동'에 포함되는 아파트들은 값이 훨씬 비싸다는 것.
실제로 이달 초 현재 평당 아파트 가격은 풍납동이 1614만원선인 반면 잠실동(재건축 단지 포함)은 3517만원선으로 두 배가 넘는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풍납1,2동을 잠실8,9동으로 편입시켜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만간 주민투표를 통해 개명 여부를 결정해 주도록 송파구청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구청은 물론 풍납동 이외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개명 추진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만만치 않다.
역사와 전통이 담겨있는 마을 이름을 바꾸는 데 명분이 약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경제적인 이유,행정적인 불편도 무시할 수 없다. 주민투표 비용만 2억원이 드는 데다 ,호적·주민등록·등기부등본 등 300여종의 민원서류를 바꾸는 데 따른 비용도 만만찮다는 것이다.
면적 3.7㎢, 인구 5만 2000여명의 풍납동은 당초 경기도 광주군(현 광주시)이었다가 1963년 서울시 성동구에 편입됐다. 이후 75년 강남구, 79년 강동구를 거쳐 88년 강동구에서 송파구가 분구될 당시 송파구에 포함됐다.

프리미엄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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