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부도 책임져라”/투자자들 손배청구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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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회계법인 부실감사 밝혀/“공개주선 증권사도 책임”
부도가 난 상장사의 소액주주들이 상장당시 외부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주간사를 맡았던 증권사를 상대로 제기할 가능성이 높은 손해배상청구가 곧 여의도 증권가에 「태풍의 눈」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25일 증권감독원은 (주)흥양등 올들어 부도가 난 5개 상장사에 대한 특별감리결과를 발표하면서 경원합동회계사무소등 5개 외부감사인의 명백한 「잘못」에 대해 무더기로 제재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기온물산의 일부 소액투자자들은 증권감독원의 감리결과를 「거증」삼아 곧 한림합동회계사무소를 상대로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제17조 2항)은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허위의 기재를 함으로써 제3자에게 손해를 발생하게한 때에는 그 감사인은 제3자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증권감독원의 감리결과는 바로 이 법조항의 「허위 기재」에 대한 「거증」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증권감독원의 관계당국자는 『소액투자자들의 회계법인에 대한 소송이 제기되면 이번 감리결과를 거증자료로 제출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증권감독원의 특별감리결과 흥양등 이들 기업들은 재고자산과 매출액은 뻥튀기하고 빚이나 손실은 계산에서 빼는 등 회계장부를 엉터리로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 기업의 이같은 90년 12월 결산을 제대로 감사했어야 할 외부 회계감사법인들은 문제가 없다며 「적정」의견을 내놓았었다.
수십억원에 이르는 적자기업을 흑자기업으로 둔갑시켜주었다. 또 적자를 내 도저히 공개될 수 없는 기업을 상장되도록 했다.
표에서 보듯 기온물산과 케니상사는 90년 12월 결산에서 각각 6억6천만원,1억9천만원의 흑자를 낸 것으로 처리됐지만 감리결과는 기온물산이 47억원,케니상사는 5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었다.
케니상사는 증권거래소에 바로 상장됐지만,기온물산의 공개주간사는 국내굴지의 대우증권이 맡아했다. 대우증권은 지난 2월 이 기업의 공개당시 올해 매출액을 3백50억원,경상이익을 18억4천만원으로 추정했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기업분석과 평가를 제대로 하지못한 공개당시 증권사도 책임을 져야한다는 지적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주간사를 맡은 증권사의 손해배상책임여부애 대해서는 증권거래법이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등 현행 법률에서 규정하지 않고 있다.
부실감사에 따른 책임을 외부감사인이 도맡아 지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증권감독원 관계자는 『공인회계사 몇명이 1주일내지 열흘정도 해당기업에 나가 기업측이 내주는 회계장부를 살펴보는 식의 보따리감사가 현실인데 외부감사인이 온통 책임을 지는 것은 지나치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도상장기업에 대한 증권당국의 특별감리는 지난해 대도상사가 처음이었다.
그때도 이번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지만 소송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그러나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 올들어 부도를 냈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장기업이 9곳이나 될 정도로 상장기업의 부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7일 부도가 난 경일화학을 뺀 나머지 백산전자·미우·동양정밀에 대해서도 현재 당국의 특별감리가 진행중인데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감리가 이번에 끝났거나 현재 진행중인 이들 9개 기업의 소액주주는 모두 6만6천4백35명이며 보유주식수는 1천2백96만5천4백1주로 해당기업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51명 지분의 3.1배나 된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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