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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에 백신 더 많이 지원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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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다행인 것은 백신이란 좋은 공중보건 대책이 있다는 점이다. 백신은 가장 파급력이 크고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전염병 예방대책이다. 매년 세계적으로 20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로타바이러스.폐렴구균.인간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이 최근 승인된 것은 혁명적으로 향상된 의.과학계의 백신 개발 역량을 말해 준다. 그런데 새로운 백신 개발을 위해선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신종 백신을 개발하는 데는 최대 8억 달러와 12~16년의 긴 시간이 든다. 당연히 새로운 백신은 값이 비싸고, 많은 최빈국에 백신은 그림의 떡이다. 세계의 부자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의 꺼져 가는 어린 생명들을 위해 더 많은 재정을 지원해 백신 개발과 보급에 나서야 한다.

다행히 가시적인 노력들은 이뤄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2000년 구성된 세계백신연합(GAVI)이다. GAVI는 세계보건기구(WHO), 유니세프, 세계은행,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등과 백신 관련 단체들이 개발도상국을 위해 만든 자발적 연합체다. 이 단체의 재원인 '백신펀드'는 개발도상국 영아들에게 기본적인 백신을 공급하기 위해 대규모 재원을 제공해 왔다. 새로운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기금 지원도 시작했다. 최근에는 브라질.프랑스.이탈리아.노르웨이.남아프리카공화국.스페인.스웨덴.영국 등 8개국이 GAVI의 활동기금 조성을 위한 공공채권을 보증하는 국제면역금융기금(IFFIM)을 설치했다.

국제적으로는 조금 덜 알려져 있으나 한국도 개발도상국에 새로운 백신을 개발.보급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은 국제백신연구소(IVI)의 주최국이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는 IVI는 개발도상국 국민, 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새로운 백신 개발과 도입에 전념하는 세계 유일의 국제기구다. 브라질.스페인 등 39개국과 세계보건기구(WHO)가 설립 협정에 조인해 참여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설립 초기부터 IVI를 전폭 지원해 왔다. 서울에 있는 세계본부에선 새로운 백신들을 개발하기 위한 실험 연구를 폭넓게 전개하고 백신 보급을 위해 아시아.아프리카.남미의 22개 국가에서 현장 연구를 하고 있다. 곧 북한 어린이들을 위한 백신 사업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IVI와 GAVI의 역할은 완전히 상호 보완적이다. 개발도상국을 위한 IVI의 모든 연구와 기술 지원 활동은 GAVI의 사업을 돕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참여하고 있는 모든 국가에 깊이 감사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모든 아이에게 필요한 백신을 공급한다는 꿈을 실현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더 많은 선진국이 GAVI.IVI가 하고 있는 인도적 사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한국.한국민과 함께 IVI 지원에 나서 주길 기대한다.

존 클레멘스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세계백신연합(GAVI)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