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규제로 이미 골병" 업계, 공급 확대 회의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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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회 건설교통위원회는 최근 민간의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한 각종 법안을 통과시켰다. 도시개발법, 택지개발촉진법 개정안 등이 그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정부는 이에 앞서 계획관리지역(옛 준농림지)의 용적률을 높여주고, 오피스텔의 난방을 허용하는가 하면 다가구.다세대의 건축규제 완화 등의 조치를 잇따라 내놨다.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 등 강력한 '채찍' 때문에 민간의 주택 공급이 크게 위축될 것을 우려해 내놓은 일종의 '당근'인 셈이다. 하지만 정작 이를 반겨 해야 할 건설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해밀컨설팅의 황용천 사장은 "각종 규제로 인한 병이 너무 깊어 웬만한 약으로는 치료가 어려운 것이 지금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당.정, 민간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쏟아내지만=도시개발법은 주민 동의를 얻어 토지를 수용한 뒤 주택이나 업무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최근 국회 건교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주택건설업체, 리츠 등 부동산투자회사도 도시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구역 지정을 위한 토지 소유자의 동의 요건을 총수의 3분의 2 이상에서 2분의 1 이상 찬성으로 바꿔 사업 시행이 쉽도록 했다.

건설교통부 서훈택 도시환경팀장은 "민간이 도시개발사업을 통해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명 '알박기' 등으로 민간의 사업 진척이 어려운 경우 대상 토지 전체를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해 민간과 공공기관이 함께 시행을 담당하는 내용의 택지개발촉진법도 국회 건교위를 통과했다.

◆업체선 "실효성 없다"=도시개발법과 관련, S건설업체 임원은 "건설업체나 투자회사가 도시개발사업에 참여한다고 해도 정부 규제에 따라 일정 이상의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며 "신규 사업이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1년 7월 도시개발법이 시행된 이후 120건의 도시개발사업구역이 지정됐지만 사업이 완료된 것은 9건뿐이다.

또 민간.공공 공동사업제와 관련, 황용천 사장은 "앞으로 민간의 주택용지 구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빈 껍데기 법이 될 공산이 크다"고 평가했다.

계획관리지역의 용적률을 150%에서 200%로 높이도록 한 정부의 규제 완화도 빈 수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건교부에 따르면 관리지역을 계획.생산.보전 관리지역으로 세분화하는 작업이 완료된 곳은 147개 시.군 중 고양시 등 4곳뿐이다. 스피드뱅크의 박원갑 소장은 "관리지역이 세분화되지 않은 상태에선 용적률 상향 조정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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