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日 스즈키, 한국 마라톤에 푹 빠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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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 마라톤과 깊은 사랑에 빠진 일본 여인이 있다. 스즈키 마도카(28). 전성기였던 1994년 그가 세운 5천m 최고기록은 15분52초. 한국 기록(16분7초)보다 뛰어난 선수였던 그가 한국에 귀화 신청을 하고 이봉주가 속한 삼성전자 육상단에 지난 1일 입단했다.

그의 사연은 예사롭지 않다. 일본 실업팀에서 96년 은퇴한 스즈키는 한국 남자 마라톤에 큰 흥미를 느꼈다. 일본에 비해 선수층도 두텁지 못한 한국에서 어떻게 일본인은 목에 걸지 못한 올림픽 금메달(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고(故) 손기정옹,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황영조 선수)을 두개나 따냈는지, 더 나아가 왜 한국 남자 마라톤이 일본보다 강한지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던 것이다.

그래서 스즈키는 한국 마라톤에 대해 연구해 보기로 작정하고 98년 한국을 찾았다. 가능하면 한국 마라톤 선수와 결혼하겠다는 목표까지 세우고 한국어를 배우면서 아마추어 마라톤 대회에 틈틈이 참가하며 분위기를 익혔다. 국내대회 하프마라톤에서 1시간12분이라는 좋은 기록을 내 아마추어뿐 아니라 엘리트 선수들 사이에서도 유명해지면서 2001년 '목표대로' 국내 마라톤 선수인 김근남(34.제주시청)선수와 결혼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의 다음 목표는 한국 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 그래서 스즈키는 지난달 일본에 국적포기신청서를 제출하고 한국 정부에 귀화를 신청했다. 한국 이름은 달리기를 좋아한다는 의미로 '김달림'으로 할까 고민 중이다. 그는 "현역 시절 실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아이를 시댁에 맡기면서까지 육상팀에 다시 입단한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상규 삼성전자 여자 마라톤팀 감독은 "재기에 성공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지만 일본인 특유의 집중력과 성실성은 팀 동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한국 남자마라톤이 일본을 이기는 비결에 대한 스즈키의 잠정 결론은? "한국 남성이 일본 남성보다 정신력이 훨씬 강하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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