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가려는 도시에 다문화 서비스 있는지 꼭 확인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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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만이 아닌 캐나다 교육의 장점을 누려야 합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3번째 큰 도시로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버나비 시의 헬렌 장(한국명 장희순) 교육위원을 만났다. 버나비는 상업도시로 밴쿠버의 새 중심지로 각광받는 곳이다. 헬렌 장 위원을 비롯해 버나비에는 7명의 교육위원이 있다. 이들은 시의 교육 안건을 토론하고 결정한다. 밴쿠버 총영사관에 따르면 한국 유학생은 6만2000명으로 추산된다. 조기유학생을 합치면 더 늘어난다. 헬렌 장 위원을 만나 조기유학생에게 도움될 얘기를 들어봤다. 그는 2005년 12월 당선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 유학 전 확인할 것은.

"낯선 환경에 언어의 어려움마저 있으면 적응이 쉽지 않다. 따라서 사전에 유학을 고려하는 도시에'다문화 서비스 직원'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캐나다는 다문화 사회여서 이런 서비스는 자연스럽다. 버나비의 경우 5개 언어의 서비스가 지원되다가 예산 문제로 중단됐다. 현재 밴쿠버와 코퀴틀람에 한국어를 지원하는 직원이 따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조기유학은 영어를 빨리 배우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한국에서 배울 수 있는 여러 문화적인 요소를 아이로부터 박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학 후 이런 부분을 집에서 보충해야 한다. 인터넷 강의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유학 전에 인터넷 등을 통해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고 가능하면 사전답사를 하는 것이 낫다."

- 캐나다 문화의 한 예를 든다면.

"마약의 경우 한국에서는 심각한 문제지만 캐나다는 다르다. 개인 취향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고, 발각돼도 형량이 가볍다. 마리화나를 취미로 즐기는 사람이 꽤 있다. 이 때문에 마리화나 재배가 큰 돈이 된다. 하지만 정작 마리화나를 재배하다 걸려도 벌금을 내는 정도다. 대학에서 마리화나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 기숙사에서 화초처럼 키워 피우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점을 미리 알아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친구들의 권유로 한 번 마리화나에 손댔다가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점을 숨길 게 아니라 자녀에게도 알려주는 것이 좋다."

- 캐나다의 교육 혜택은.

"한국의 입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보통 지능의 학생이라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 영어가 좀 달리더라도 1년만 지나면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하다. 이곳 교육의 진정한 장점은 영어교육이 아닌 과외활동이다. 농구.축구.야구.배구는 물론 플로워 하키 등 색다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운동이 싫다면 토론 그룹이나 수학 클럽에 가입해 활동할 수도 있다. 엠네스티 인터네셔널(국제사면위원회) 클럽 등 리더십을 배울 수 있는 곳도 많다. 밴드.연극반.댄스클럽 등의 활동도 학교에서 할 수 있다. 이런 활동들을 기본적인 경비로 할 수 있다. 공부 외에 운동.취미.서클 등 1~2개를 꼭 권장한다. 자원봉사도 적극 권한다. 자원봉사센터에 가면 적성에 맞는 자원봉사를 찾아 준다."

- 캐나다의 교육은.

"공부 잘하는 아이, 못하는 아이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 있다. 공부에 취미가 없는 아이들은 고교 때 아예 직업교육을 받는다.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교육이다. 자격증 프로그램들이 규모가 있고 체계화돼 있다. 자격증은 물론 관련 학위도 받을 수 있다. 뛰어난 아이를 위한 영재반도 잘 운영된다. 대학 교양과목을 미리 듣는'AP 코스'도 활성화돼 있다. 캐나다의 세컨더리(한국의 중.고교) 교육 목적은 대학 진학이 아닌 건전한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있다. 따라서 대학 입학에 대한 압박도 없다. 한국식의 담임교사도 없다. 스스로 통제하고 결정하는 책임만이 주어진다."

- 학부모의 영향력은.

"교육위원으로 일하면서 학부모회(PAC)의 힘이 크다는 걸 알았다. 이들은 의사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주 정부는 학부모회에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캐나다 학부모들의 권한은 생각 밖으로 크다. 공교육 기관은 학부모의 불만을 절대 무시하지 못한다. 예산지출 등에도 학부모 의견이 적극 반영된다. 교육 관련 회의에는 학부모.학생.교사 외에도 교직원.사환급 등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한다. 한인 학부모들은 이런 권한을 잘 모른다. 이를 자각하고 좀더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바란다."

- 한국 학생들은 어떤가.

"한국 학생들은 얌전한 편인데 캐나다에서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캐나다에서는 참여한 만큼 얻을 수 있다. 한국적인 가치관을 잃지 않으면서 매사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한국에서는 교무실 문턱이 높을지 몰라도 여기는 다르다. 교사와 학생이 서로 이름을 부르며 대화하는 격의가 없는 관계다. 궁금한 것을 묻고,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시된다. 나 자신도 교육위원을 하겠다는 적극성을 가졌기에 지금의 자리에 서 있다. 조기유학생 부모들이 더 적극적이면 좋겠다. 공부는 자녀가 하고, 자신은 뒷바라지만 한다는 소극적인 자세를 버릴 필요가 있다. 학교 교과과정을 자녀와 함께 보면 아이가 적응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학부모 모임과 학교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커뮤니티 센터에는 다양한 성인 평생교육프로그램이 개설돼 있다. 영어도 배우고 하고 싶던 공부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글.사진=캐나다 밴쿠버 중앙일보 이명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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