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선적 정국운영에 염증/터키 총선 집권당 참패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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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정확립 오잘대통령 직권남용으로 인기 폭락
투르구트 오잘 대통령이 이끄는 터키의 집권조국당이 20일 총선에서 참패를 당한 것은 오잘 대통령의 독선적인 정국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으로 해석된다.
오잘 대통령은 지난 60년 이후 계속된 좌우대립에 따른 정국불안,이에 따른 군부의 계속적 쿠데타로 혼란상에 빠져있던 터키에 민정을 확립한 인물이다.
80년 마지막 군부쿠데타이후 83년 실시된 민정이양선거를 통해 집권한 오잘은 국가주도로 운영되는 경제를 과감히 민영화함으로써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87년 선거에서 총의석 4백50석중 2백91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었다.
이같은 국민적 인기로 오잘 당시 총리는 지난 89년 국회에서 의석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어 국가원수인 임기 7년의 대통령직에 취임했다.
오잘 대통령의 취임은 터키에서 30년만에 문민출신이 국가원수가 되는 첫 사례로 터키에 민정이 확립되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러나 오잘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헌법상 정치에 직접 간여하지 못하도록 되어있는 상징적 대통령직의 권한을 넘어 자신이 창당한 조국당 정부를 직접 관장함으로써 야당의 거센 반발을 일으켰으며 집권내각의 각료들중 상당수도 계속 오잘 대통령과 충돌,사임하는 사태가 속출했다.
이와 함께 그는 대통령 직위를 이용,자신의 친족 기업가들에게 각종 특혜를 부여하는 노골적인 부정을 자행하기도 했다.
그밖에 88년부터 경제가 악화되기 시작,88년 인플레율 75%,89년 68% 등 높은 물가와 함께 89년 경제성장률이 1.7%로 집권이래 가장 저조한 실적을 보인 것도 오잘 대통령 인기추락의 한 요인이 됐다. 오잘 대통령의 이같은 독선적 정국운영에 대해 야당들은 헌법개정을 통해 오잘 대통령을 하야시키겠다고 공약을 내세워 승리한 것이다.
그러나 제1당이 된 중도우파 정도당은 의석과반수에 크게 못미치는 1백81석을 차지함으로써 술레이만 데미렐 정도당 총재는 시급한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선 노선이 같은 보수계인 구집권 조국당과 손잡아야 한다는 경제계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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