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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샘 경찰에 매일아침 식사 대접|「국밥집사」정진희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따뜻한 국밥 한 그릇으로 범죄와 싸우는 경찰관들에게 포근한 인정을 전해주고 싶었어요』 오전6시30분이면 하루도 빠짐없이 밤샘한 경찰들을 위해 손수 지은 따뜻한 밥과 아침식사를 들고 서울중부경찰서 형사계의 문을 들어서는 「국밥집사」정진희씨(46).
교회집사인 탓에 형사들이 붙인 애칭인 국밥집사 정씨는 낮에는 시장에 나가 쇠고기 뼈를 고르고 밤11시쯤부터 삶기 시작해 새벽2시면 잠에서 깨 김치·밑반찬·밥 등 30인분의 아침식사를 준비하느라 늘 분주하다.
하루에 들어가는 비용만도 택시비 1만원 등 줄잡아 4만여원 이지만 국밥을 맛있게 먹으며 고충을 털어놓는 형사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그가 받는 대가의 전부다.
정씨가 경찰서에 드나들기 시작한 것은 12년 전인 79년 가을부터.
당시 서울동대문경찰서 옆에서 조그마한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던 정씨는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는 경찰을 위로하기 위해 10여 그릇의 해장국을 시켜 인근 파출소를 찾았다.
그러나 차츰 학원운영에 소홀해지고 벌이보다 쓰는 돈이 많아지면서 정씨는 83년 적자로 학원 문을 닫아야 했다.
게다가 「미친 짓」이라며 손찌검까지 해대는 남편과 15년여의 결혼생활까지 마감하는 등 불행이 겹쳐 3년 만에 국밥 나르기를 중단해야 했다.
83년 전도과정에서 알게된 현재의 남편(43)과 재혼, 남편이 고안해낸 컴퓨터부품을 기업체에 소개하는 일을 하면서 생활도 안정을 되찾은 정씨는 87년부터 한 달에 50만∼1백만원씩 국밥 값을 따로 적립, 지난해 2월20일 「사업」을 재개했다.
그러나 그 자신은 하루한끼의 식사만 하고 자녀 등 다섯 식구가 보증금 1천만원에 월70만원 짜리 셋집살이를 하는 등 절제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고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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