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 농축 프로그램 신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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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네그로폰테(사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4일 베이징(北京)에서 중국 최고 지도자들을 잇따라 만났다.

취임 후 첫 동북아 3국 순방에 나선 네그로폰테 부장관은 이날 중난하이(中南海)와 외교부 청사에서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을 만나 북한 핵 문제, 미.중 관계, 대만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일본 방문을 마치고 3일 베이징에 도착한 네그로폰테는 중국 관계자들과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북핵과 관련해 "북한이 4월 중순까지 주원자로의 가동을 중지하고 모든 핵 활동을 신고하기로 한 6자회담 합의 내용을 충실히 이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핵 활동과 더불어 북한이 농축 프로그램도 반드시 신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중국이 6자회담 이행을 분명히 하는 위원회의 의장국 역할을 맡은 데 대해 칭찬했다.

네그로폰테는 중국이 군비를 증강하는 데 우려를 표명하며 "액수보다는 어디에 얼마만큼 쓰고 있는지 투명성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탕 위원은 네그로폰테를 만난 자리에서 "대만 독립 문제는 현재 대만해협의 안정을 해치는 가장 중요한 걸림돌"이라며 "미국이 대만 독립은 물론 대만 내 분리 움직임에 단호하게 반대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앞서 네그로폰테 부장관은 일본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발생한 사건을 축소하기 위한 어떤 시도에도 미국은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3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그로폰테 부장관은 종군위안부 문제를 언급하며 "이는 전쟁 중에 일어난 사건 가운데 가장 개탄스러운 일이라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해결책은 일본과 당사국 사이에 마련돼야 한다"며 이 문제에 미국이 개입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한편 네그로폰테 부장관은 베이징 일정을 마친 뒤 5일 방한해 북핵 '2.13 합의' 이행 문제와 한.미 동맹 등 현안을 논의한다. 이날 오전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오후에는 김장수 국방부 장관을 예방하고 주한미군기지의 평택 이전 문제를 협의한다. 방한 이틀째인 6일 오전에는 주한미상공회의소(AMCHAM) 주최 조찬에 참석하고 오후에는 조중표 외교부 제1차관과 오찬을 하며 '2.13 합의' 이행을 포함해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한.미 공조방안을 논의한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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