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펀드 '애물펀드'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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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실물투자 펀드들이 제몫을 못해 주고 있다. 수익률이 그리 신통치 못한데다 무엇보다 변동성이 커 위험 분산 투자처로서 적당한 상품들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질 정도다. 펀드 상품 전문가들은 "대다수 실물투자상품이 특정 원자재 가격이 강세를 보일 때 쏟아지고 있다"며 "꾸준히 수익을 내는 장기투자용이라기 보다는 반짝 유행하는 상품으로 취급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물투자펀드는 석유.금.구리.설탕 등 말 그대로 상품 실물에 투자하는 일종의 '틈새 펀드'다. 우리나라에선 선박 등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해당상품의 지수에 투자(ELS)하거나 해외관련 펀드에 재투자(펀드오브펀드)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장기투자용?=펀드 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운용사들이 내놓은 실물투자펀드 30여개 중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상품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 중 오래된 실물투자펀드인 'CJ무비&조이특별자산'과 'CJ베리타스FirstRecoup엔터테인특별1'도 최근 1년 수익률이 3~5%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대투운용의 선박투자펀드(대한세계로선박특별자산 시리즈) 의 성적이 괜찮다. 이 상품은 사실상 확정수익률 상품에 가깝다. 수익률도 약 1.8%(최근 3개월)→3.7%(6개월)→7.46%(1년) 등으로 완만하지만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출시된 지 채 반년이 못되는 상품들이 대부분인 다른 실물펀드들은 운용 상황이 썩 좋지 못하다. 운용사별, 또는 기간별로 수익률 편차도 극심하다. '미래에셋맵스로저스Commodity인덱스파생상품'이나 '프런티어Commodity인덱스파생F-1'등은 최근 석달새 수익률이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오락가락하고 있다.

◆ELS수익률도 널뛰기=실물펀드 중에도 주가지수연계(ELS)형 상품은 당장 손실이 났더라도 만기까지 35~40%만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을 보장해준다. 그러나 일부 실물투자ELS는 전체 ELS상품의 평균 변동성보다 두세배 이상 크거나, 그게 아니면 수익률이 바닥을 기고 있다. 특히 원유에 투자하는 ELS펀드 수익률은 불과 한달 뒤를 점치기 어려울 정도로 널뛰기가 심하다. '슈퍼오일지수연계파생상품PB-1(미래에셋맵스)'과 '한국골드조기상환원유지수3단위파생상품K-1(한국운용)', 'Pru오일지수연계파생상품1(푸르덴셜운용)' 등은 연초만 해도 수익률이 마이너스대로 지지부진 했다. 하지만 최근 한달새 수익률은 두자리수대로 껑충 뛰었다. 반대로 지난해 연말 출시때만 해도 완만한 수익을 내던 우리CS운용의 원유펀드 ELS 시리즈(우리파워오일파생상품1~4)는 최근 1개월새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확 돌아섰다.

◆펀드 맞나=펀드 전문가들은 실물투자 펀드의 덩치가 적은 것도 변동성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우리Commodity인덱스1C-E의 경우 설정액이 불과 4억원이다. 그야말로 '초미니 펀드'다. 설탕에 투자하는 '대한FirstClass옥수수설탕파생상품' 역시 설정액이 11억원, 원자재에 투자하는'프런티어Commodity인덱스파생F-1'도 각각 9억원에 그치고 있다.

반면 역외 실물투자펀드들은 대부분 큰 덩치를 앞세워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달러로 투자되는 '메릴린치 월드골드펀드A2'의 순자산 규모는 53억9300만달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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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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