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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8개공 경제협정 서명/우크라이나등 4개공 불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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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모스크바 로이터·AFP=연합】 러시아·카자흐등 소련 8개 공화국은 18일 오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역사적 경제공동체 협정에 서명함으로써 소련의 새 연방조약 체결을 촉진하는 중요한 제도적 발판을 마련했다.
경제공동체 협정에는 우크라이나·그루지야·몰다비아공화국이 서명을 거부하고 아제르바이잔 공화국이 아야즈 무탈리보프 대통령의 와병을 이유로 서명에 불참,모두 4개 공화국이 참여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협정 내용에 과거 소련 연방정부에 의한 중앙통제와 유사한 성격이 포함돼있기 때문에 『개별 공화국과 쌍무협정을 체결한 뒤 새로운 단일 경제협약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이날 협정이 체결된뒤 앞으로 우크라이나등 다른 공화국들도 참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하고,『현재 소련이 처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은 경제공동체 협정체결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그러나 20여개에 달하는 세부협정을 체결하는 일이 남아있기 때문에 만족에 빠지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시장 단일화로 연방유지 첫 걸음/공화국간 이견커 지켜질지는 의문(해설)
러시아 공화국을 비롯,소련 8개 공화국이 18일 경제공동체협정에 정식 서명,소련을 「자유주권공화국 연방」으로 재탄생시키려는 역사적 노력이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보수강경파의 쿠데타 실패이후 계속된 공화국별 분열 움직임이 처음으로 반전한 것이다.
경제공동체 협정은 단일한 화폐·금융제도를 유지하고 공화국간 에너지·수송·통신분야,상품거래관세 등에서 협력을 조정·관리하는 연방경제 기구를 창설하자는 내용이다.
소련을 하나의 시장으로 결속,구체제에서 이루어졌던 자원과 상품의 계속적이고 원활한 유통을 보장·촉진하는 한편,해외로부터의 투자 및 원조를 일괄 관리할 수 있는 연방차원의 기구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민족주의·지역구의 열병에 휩싸여 완전한 독립만을 강조해온 각공화국들이 연방권력재강화의 발판이 될지도 모를 경제공동체조약에 가입한 이유는 쿠데타 이후 각 공화국이 겪어온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과 연방유지에 대한 해외강대국의 적극적 관심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경제협정의 체결은 또 그동안 본격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던 신연방조약의 체결촉진에도 일조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각 공화국들이 신연방조약 논의를 경제공동체 조약 체결이후로 미루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소련이 겪어왔던 연방권력의 공백,공화국간 경제적 불협화를 이번의 경제공동체협정이 일거에 해결해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제공동체협정 체결에는 적지않은 불안요소가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우선 러시아공화국 다음으로 소련 제2위의 경제대국 우크라이나 공화국이 경제공동체 협정서명을 보류했다.
우크라이나 공화국은 표면적으로 여러가지 이유를 달고 있으나 궁극적으로 연방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공화국내의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공화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러시아 공화국 의회의3최대 세력인 민주 러시아파와 민주개혁운동 그룹이 각각 연방해체와 연방유지로 입장이 팽팽하게 갈려있다.
따라서 보리스 옐친 러시아 공화국 대통령은 경제공동체 협정에 서명하면서 연방은행의 권한 등을 보다 더 제한해야 한다는 등의 단서조항을 달았다.
러시아 공화국은 또 경제공동체협정 체결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는 루블화를 대체할 독자화폐를 발행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제공동체 협정에 서명한 공화국들도 협정에 근거한 7백억달러의 외채분담을 회피하면서 협정에 따른 자원의 특혜배분에만 혈안이 돼있어 협정이 앞으로 제대로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한편 신연방조약에 관해서는 각 공화국들의 입장이 더욱 반통합적이다.
쿠데타 이후 과도기간을 담당할 신연방 최고회의는 아직 구성되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비롯,4∼5개 공화국들이 자신들의 대표단을 선정하지 않고 있어 소집이 두차례나 연기되고 말았다.
특히 우크라이나 공화국은 어떤 형태로든 정치통합작업에는 참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으며 이번 경제공동체조약에 서명하지 않은 아제르바이잔·몰다비아·그루지야 공화국뿐만 아니라 아르메니아등 몇몇 공화국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심지어 우크라이나와 아제르바이잔공화국은 공화국내 연방군의 무기를 공화국 소유로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독자군창설 작업까지 서두르고 있다.
소련의 주요 공화국들이 연방 형태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정치지도자들의 공화국내 주도권 싸움이 아직 완결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경제협정 체결에도 불구하고 소련이 신연방조약을 체결하기까지에는 각 공화국내의 세력판도가 우선 정리돼야 하며 그러기까지에는 적지않은 진통이 계속되리라고 보고 있다.<이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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