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에 두고 내린 가방 역직원이 찾아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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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9월 마지막 일요일의 일이다.
동암역에서 오전5시22분에 발차하는 인천발 성북행 전철에 올랐다.
오전5시55분쯤 영등포역에 도착해 6시10분에 발차하는 서울발 부산행 통일호 열차로 바꿔 타려고 전철 선반위의 가방은 까맣게 잊은 채 황급히 내렸다. 표를 사러가다가 문득 가방생각이 났다. 역무원에게 요지를 말씀드리고 협조를 요청했으나 다음전철을 타고 종착역에 가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다음차를 타고 인천발 의정부행 맨 뒤편 기관사께 다시 협조를 부탁했다. 나의 가방이 실린 열차에 무전교신을 할 수 없겠느냐는 말을 듣고 난 기관사는 지상과 지하간에는 무전교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방법은 지금 남영역에 내려서 철도 전화로 종착역인 성북역에 연락을 취해 종착역에서 역직원이 보관하는 수밖에 없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나는 남영역에서 하차하여 전후 사실을 말하고 협조를 구하니 개찰구직원이 사무실로 들어가 가방의 크기·색깔·내용물, 가방을 얹은 위치 등을 기록하여 성북역에 신속히 연락을 취해주었다.
그 덕분에 가방을 되찾아 성북역을 뒤로하고 다시 서울역을 향하는 전동차에 오른 나의 마음은 한없이 기쁘고, 고맙고 즐겁기만 했다. 다시 한번 철도 공무원들의 친절하고도 신속한 입체작전에 한없이 박수를 보낸다. 정녹현<인천봉수국민학교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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