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청 산하 첫 여성 수사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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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서울경찰청 관할 일선 경찰서에 처음으로 ‘여성 수사과장’이 탄생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법고시 여성 합격자로는 최초로 경찰 경정 특별채용에 합격해 이미 한 차례 주목을 받은 바 있는 권은희(33) 과장.

그는 최근 경찰청 정기인사에서 서울 서초경찰서 수사과장으로 부임해 다시 한 번 ‘여성 1호’라는 별칭을 달게 됐다.

광주광역시 출신으로 전남대 법학과를 졸업한 권 과장은 2000년 제4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을 마친 뒤 충북 청주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던 그가 경찰 제복을 입은 것은 2004년 7월. 사법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한 2005년 경정(경찰직 5급) 특별채용 시험에 응시, 9.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한 것이다.

권 과장은 “변호사 시절 경찰을 옆에서 지켜보니 법령 토론에도 능했고 동료들끼리 함께 일하고 협조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 응시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입문하던 해 10월 경기도 용인경찰서 수사과장에 임용돼 최연소 수사과장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6개월 동안 수사 일선에서 맹활약하면서도 변호사 출신답게 수사과 직원 12명을 회원으로 하는 법률 연구모임 ‘소도회’를 만들어 법 적용 문제를 논의하고 피의자 인권 향상을 도모하는 등 신선한 아이디어로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후 경찰청 기획국 법무과에 23개월 동안 근무하고 다시 수사 현장으로 돌아온 그는 “경찰에겐 현장이 전부다. 늘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다”고 말했다.

▶경찰 조직에도 여풍이 불고 있다. 경찰청이 주최한 전국 여성 간부 워크숍에 참석한 420여 명의 여경이 거수경례하고 있다.

여경이 서울 시내 경찰서의 수사파트를 지휘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특히 강남권인 서초경찰서에 배치됐다는 사실은 권 과장의 능력에 대한 경찰 내부의 신뢰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주위에서 축하 인사가 잇따르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요직을 맡은 책임감을 먼저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권 과장은 “서초구라는 곳은 상징성이 있는 것 같다. 법원과 검찰 등 법을 집행하고 적용하는 주요 기관이 하나의 관할 구역에 모여 있기 때문”이라며 “경찰도 이만큼 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86명이나 되는 수사과 직원들을 통솔하게 된 그는 “수사관들로 하여금 사기, 횡령, 배임과 같은 경제범죄에 적극 대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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