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버스 1만 명 감원 프랑스 대선 돌출 변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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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에어버스의 대규모 구조조정 사태가 4월에 열릴 프랑스 대통령 선거의 돌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010년까지 감축하기로 한 1만 명 중 4300명이 프랑스인이다. 최대 피해자인 셈이다.

이에 좌파인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 후보가 먼저 치고 나왔다. 그는 1위 탈환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루아얄은 지난달 28일 구조조정 방안이 발표된 직후 성명을 내고 "에어버스 직원들과 뜻을 같이하며, 회사 발전에 기여한 직원들의 일자리는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일에는 "'에어버스 대재앙'과 관련, 정부는 지난 몇 해 동안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강한 톤으로 현 우파 집권세력을 비난했다. 아울러 "이번 사태는 정부가 책임져야 하며, 정부는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정부의 적극 개입을 촉구했다.

루아얄은 그동안 사회당과 어울리지 않는 중도적인 정책과 재산 문제로 고전해 왔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사회당 지지층으로부터 외면을 받았으며, 그를 대선 후보로 내세운 사회당 내에서 '색깔론'이 제기될 정도였다. 그랬던 그가 모처럼 좌파다운 목소리를 낼 기회를 잡은 것이다.

2002년 대선 당시 사회당 후보였던 리오넬 조스팽의 쓰라린 경험도 그에게는 큰 교훈이 된 듯하다. 조스팽은 1999년 미슐랭의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 발표 당시 "국가가 모든 걸 해줄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한마디는 2002년 선거운동 기간 내내 그에게 큰 짐이 됐고 결국 예선에서 탈락하기에 이르렀다. 루아얄이 에어버스 사태 초기부터 단호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여당 후보인 우파 대중운동연합(UMP)의 니콜라 사르코지에게 이번 사태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그는 일단 "이번 사태는 프랑스와 독일 정부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문제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책임을 에어버스 경영진의 리더십 문제로 돌렸다. 사태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다른 분야의 동반 파업 등으로 이어지며 사회적 파장이 지속될 경우 사르코지가 계속해서 '정부 무책임론'을 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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