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부정 한파…무용계 안절부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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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이대 무용과 입시부정사건·회오리가 「일시적 한파」로 그칠 것인지, 또는「춤판의 빙하시대」를 초래할 것인지 무용인들은 나름대로 그 파문의 범위를 점치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지금까지 예·체능계 입시의 좁은 문을 실력대신 돈으로 뚫는「황금 입학생」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알려졌던 이대가 벌집 쑤신 듯 시끄러워진 판에 소문이 더욱 요란했던 다른 대학들로 이 「불똥」이 튄다면 어떻게 되겠느냐는 것이 그 하나.
또 문화부가 92년을 「춤의 해」로 제정한 것을 계기로 춤의 사회화·대중화를 적극 추진하며 무용인들의 위상을 높이려는 계획도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될까봐 걱정하고 있다.
○…이 사건이 홍정희씨의 교수직 사퇴 및 구속으로 끝나지 않고 이대무용과 입시실시 채점을 맡았던 심사위원들이 차례로 소환되는 등 계속 확대될 조짐이 확실해지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준비」를 위한 타대학 무용과 교수들의 모임이 잇따라 벌어지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또 무용공연장에서도 최근 화제의 초점이 되고 있는 교수의 계보에 들어 있는 무용인들은 평소와 달리 공연전이나 중간휴게시간에 공연장 로비에 나와 「VIP관객」들과 인사 나누는 것조차 삼가는 등 초긴장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가칭「춤의 해 사업 추진을 위한 준비본부」도 매우 난처한 입장. 현재 검찰의 조사를 받고있는 육완순교수가 한국무용협회 조흥동이사장과 함께 이 기구의 공동위원장인데다 김매자교수 역시 한국무용을 대표하는 운영위원으로 선정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무용·전통무용·현대무용·발레·평론·지방을 각각 대표하는 33명의 운영위원을 뽑아놓고 운영기구표도 이미 만들었으나 각 분과위원장을 확정·발표하지 못한 채 애태우고 있다.
○…92년 「춤의 해」를 앞두고 18일부터 펼쳐지는 제13회 서울무용제를 계기로 미리 축제분위기를 북돋우려던 무용인들은 『초상집에서 신나는 춤판이 벌어지길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미리 낙담. 이 무용제 참가단체들 가운데는 홍씨의 제자들로 구성된 발레단, 육교수제자들로 구성된 현대무용단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홍씨가 회장을 맡고있는 한국발레연구회는 오는 21일 공연을 갖기 위해 국립극장 대관을 신청했다가 이를 취소. 그밖에도 올해 말까지 각종 무용공연을 계획했던 상당수의 무용단체들이 취소여부를 심각히 재고하는 등 의기소침한 분위기.
○…한편 지난 8월말로 홍씨의 사표가 수리되는 등 일단락 지어졌던 문제가 1개월이 넘은 10월 중순께 접어들어 새로이 재기된 것에 대해 갖가지 추측이 분분.
국내 무용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3명의 대모」에게 피해의식을 가진 무용인이 제보했을 가능성과 함께 「혐의자」를 점치는 등 촉각이 날카로워졌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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