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원정 고추투기 극성/도시 수집상들/30% 감수 공급부족 틈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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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트럭동원 장날에 “싹쓸이”/농민 출하기피 겹쳐 폭등/충북선 한달만에 배로 뛰기도
김장고추 출하기를 맞아 전국 주요 고추산지에 도시수집상들이 몰려들어 트럭을 동원한 원정사재기에 기승,고추투기붐이 일고 있다.
이같은 투기현상은 결실기인 지난 8월의 태풍으로 피해가 큰데다 탄저병이 겹쳐 고추가 흉작을 보여 지역에 따라 20∼30%나 생산이 감소돼 공급량이 달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농민들의 출하기피 현상이 나타나 고추값이 지난해보다 최고 80%나 오르고 있고 수집상들의 농간이 심해져 가격인상을 계속 부채질,소비자들의 올 김장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됐다.
◇작황=충남의 경우 올해 6천7백26㏊에서 1만2천3백t을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30% 감소가 예상되며 경북의 고추 주산지인 영양군의 경우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11% 늘어난 2천8백24㏊이나 수확예상량은 지난해에 비해 2백여t 줄어든 5천9백t으로 30%이상 감수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경남의 경우도 지난해 생산량 6천8백t에 비해 올해는 17.6%를 더 늘려 8천t 수확을 기대했으나 7천t 수확도 어렵다는 것.
◇가격·출하기피=고추흉작으로 공급이 달리자 충남의 경우 지난해 3천원에 거래된 상품 1근(6백g)이 올해는 80%나 뛴 5천5백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충북은 지난달초 상품 1근에 3천2백원하던 것이 6천5백원으로 1개월만 1백%에 올랐다.
경북은 상품이 3천9백∼4천원,중품은 3천∼3천5백원으로 지난해 이맘때의 상품 2천8백원,중품 2천5백원에 비해 40%이상 오른 시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농민들은 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출하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해 8백평에 고추농사를 지은 충북 영주군 상촌면 남모씨(47)는 『수집상들이 현시세에서 근당 5백원씩 더붙여주겠으니 팔라고 조르고 있으나 값이 더 오를 11월에 출하하겠다』고 말했다.
◇사재기·가격농간=이같이 값이 치솟자 경북 영양,경남 창령,충남 천안,전북 임실의 관촌 등 주산지 5일장에는 이달들어 서울·부산·대구·대전 등 대도시에서 몰려온 2백여명의 수집상들이 트럭을 동원,장날마다 출하된 10만∼15만여㎏의 고추를 싹쓸이해 가고 있다.
특히 이들 수집상들은 산지를 돌며 사재기하면서 농민들이 출하를 꺼리면 사둔 고추를 풀어 5일장 시세를 떨어뜨리는 등 가격농간도 부리고 있다.<전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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