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상용차·빌라도 “바겐세일”시대/긴급처분 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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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나라 경제의 상징적 품목이라 할 수 있는 레미콘등 상용차와 쌀·빌라 등이 일제히 세일에 들어갔다. 그러나 관련 품목들이 팔리지 않아 정부나 업계가 이의 재고관리에 몸살을 앓고 있다. 품목별 세일작전을 알아본다.
◎쌀/정부미 가마당 최고 7만원 할인
정부는 최고 5년된 정부미재고까지 남아 관리비 부담이 커짐에 따라 지난 4월부터 86년산 통일쌀을 80㎏ 가마당 2만원에 가공용으로 떨이하고 있다(90년산 통일벼의 현시중가 9만원).
수매가와 그동안의 관리비용 등을 감안하면 가마당 10만원선을 받아야 하나 미질저하로 처분못할 우려가 있어 87년산은 가마당 4만원(소비자가 4만4천6백원),88년산은 4만4천6백원(소비자가 4만9천2백원)에 세일하고 있다.
농림수산부는 이같은 고미(묵은 쌀)를 올해중 1백만섬 처분할 계획이었으나 수요처가 그리 많지 않아 80만섬 처분에 그칠 전망이다. 다만 지난해 고미처분이 22만8천섬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적극적인 판촉으로 처분량은 늘어난 것이다.
현재 재고는 86년산이 36만5천섬,87년산이 96만4천섬,88년산이 2백70만섬이며 정부미 전체재고는 1천5백50만섬이나 돼 이의 관리에 골치를 앓고있다.
농림수산부는 올들어 고미를 주정용으로도 새로이 공급,8월말까지 26만섬이 팔렸고 나머지는 떡·국수·엿등 가공식품용과 탁·약주 제조용,청주용으로 처분되고 있다. 김밥·가래떡 등을 만들려는 사람도 소매점에서 고미를 구입할 수 있다.
이처럼 정부가 고미세일에 나서고있는 것은 쌀 1백만섬 보관에 연간 3백40억원이 들어 재정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상용차/건설차량 주문격감 재고쌓여
한때 선금을 주고도 몇달씩 기다려야 물건을 건네받던 상용차시장도 세일시대를 맞았다.
「5·3」건설경기진정대책이후 없어 못팔던 덤프트럭·레미콘차등 건설관련상용차의 주문이 뚝떨어지고 이미 주문·생산된 차조차 인수를 포기,재고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상용차메이커들은 건설관련차량의 생산을 중단하고 최고 2천만원까지 할인판매하는 등 재고처분에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쌍용자동차의 경우 차종에 따라 대당 2백만∼2천만원까지 싸게 팔고 있으며 현대자동차는 덤프트럭·콘크리트펌프차생산을 중단하고 레미콘차생산라인만 30%정도 가동하고 있는 상태.
아시아자동차는 생산량을 10%로 줄이고 덤프트럭생산근로자들을 버스생산라인에 배치했으며 대우자동차는 아예 생산을 중단했다.
각사마다 상용차 한대파는데 40만원의 상여금을 주거나 해외여행을 보내주는등 사내판촉캠페인도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공급과잉이 빚어지게 된것은 상용차메이커들이 수년간의 건설호황에 따라 경쟁적으로 증설을 서둘렀기 때문이다.
◎빌라/승용차등 경품 분양 안간힘
최근 빌라등 연립주택의 미분양사례가 크게 늘어나면서 고객유치를 위한 치열한 판촉전이 벌어지고 있다.
손님들의 시선을 끌기위한 일간지광고와 전단,플래카드의 홍수속에 안양·부천 등지의 전철역에서는 연립·다세대주택의 판촉요원들이 차량을 대기시킨채 손님을 모으는 진풍경까지 연출되고 있다.
20평안팎의 서민용 연립주택에도 비디오폰·대리석바닥 등을 설치해주는등 마감재고급화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일부 고급빌라들은 각종 가전제품과 티코·프라이드등 승용차까지 경품으로 내걸기도.
또 분양이 안되자 자금난을 타개하기위해 분양용주택을 임대용으로 돌리는가 하면 은행에서 2천만∼3천만원씩의 융자를 알선하는등 재고처분을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도 동원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만해도 착공하기가 무섭게 팔려나갔던 주택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기시작한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공급과잉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침체되고 있기 때문.
연립주택은 자투리땅을 이용해 지을 수 있는데다 분양가제한이 없어 부동산경기 과열속에 너도나도 신축에 나서며 70평 이상 대형빌라의 경우 서울시내에서만 지난해 2백12가구에서 올해는 3백25가구로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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