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뜨거운 반상 … 눈길 끄는 이색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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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22세 동갑 대결

현대자동차배 기성전 도전 3번기가 2일 시작된다. 주인공은 소띠 동갑내기이자 절친한 친구 사이인 박영훈 9단과 최철한 9단. 지난해는 박영훈 9단이 최철한 9단에게 도전해 3대 2로 아슬아슬하게 타이틀을 빼앗았는데 올해는 입장이 바뀌어 최철한이 도전자로 나섰다.

박영훈은 1985년 4월 1일 서울 생, 최철한은 85년 3월 12일 부산 생으로 최철한이 약 20일 먼저 태어났다. 프로 입문은 최철한(97년)이 박영훈(99년)보다 2년 이르다. 그러나 박영훈은 입단 2년 만인 2001년에 천원전 우승컵을 거머쥠으로써 첫 우승에선 최철한보다 2년 앞섰고 2004년 최철한과 나란히 9단에 오른다.

박영훈은 19세 때 입단 5년 만에 9단에 올라 최연소.최단기간 9단 승단 기록을 갖고 있다.

국내 바둑, 즉 이창호 9단과의 타이틀매치에선 단연 최철한 9단이 뛰어났다. 박영훈은 그러나 2004년에 후지쓰배 우승을 거두며 한 발 먼저 세계 정상에 오른다. 우승 횟수에서 박영훈은 8회, 최철한은 7회. 한국랭킹은 최철한이 3위, 박영훈이 4위. 상대 전적은 박영훈이 10승9패로 앞서는 등 모든 면에서 팽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구 '세대 대결'

춘란배(우승상금 15만 달러)는 중국이 주최하는 유일한 세계대회지만 중국은 아직 이 대회 우승컵을 구경해 본 일이 없다. 하지만 이번 6회 대회에서는 한국의 이창호 9단과 이세돌 9단이 8강에서 모두 탈락하면서 일찌감치 중국 잔치가 됐다.

중국 기사끼리 치른 4강전에서 결승 진출에 성공한 기사는 구리(古力) 9단과 창하오(常昊) 9단. 구리는 다름아닌 3년째 중국의 랭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공식적인 일인자이고, 창하오는 한 세대 먼저 중국의 일인자였다. 결승 3번기는 24~26일 열리니 아직 먼데 중국은 벌써 '육소룡(六小龍)'의 우두머리와 '소호(小虎) 세대'의 우두머리가 격돌해 누가 진정한 일인자인지 제대로 가리게 됐다고 떠들썩하다(창하오는 마샤오춘의 뒤를 이어 출현한 6명의 강자 중 우두머리였고, 구리는 그 뒤를 이은 소호 세대의 대장이었다).

창하오 9단이 응씨배 우승에 이어 최근 이창호 9단을 꺾고 삼성화재배 우승컵을 따내며 화려하게 재기한 것도 이들 대결을 더욱 짜릿하게 만들고 있다. 힘과 수읽기에선 구리가 앞설지 모르나 정신과 완숙미에선 창하오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중국 - 대만 '양안 대결'

대만 바둑은 약하다. 그러나 대만 최초의 9단인 저우쥔쉰(周俊勳.27)은 유일하게 세계무대에서 통하는 기사다.

10년 넘게 대만에서 부동의 일인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저우쥔쉰 9단과 중국의 후야오위(胡耀宇) 8단이 맞붙는 LG배 세계기왕전(우승상금 2억5000만원) 결승 3번기가 19~22일 서울에서 열린다. 세계바둑 결승전에서 사상 처음으로 양안(兩岸) 대결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간의 전력으로 봤을 때 구리, 쿵제(孔杰)와 함께 중국 삼총사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후야오위가 우세하리라는 건 명백하다. 후야오위는 비록 세계대회 우승컵은 없지만 이창호 9단 등 최강자들에게 항상 위협적인 실력을 과시해 왔다. 그에 반해 저우쥔쉰은 최강 그룹을 이긴 일이 별로 없다.

하지만 대만 바둑계의 열화와 같은 성원이 어떤 이변을 몰고 올지 좀 더 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다. 대만은 최근 프로기사의 병역 특례, 만화 고스트 바둑왕의 인기 등에 편승해 바둑 지망생이 급증하는 등 호황을 맞고 있는 판에 이번 저우쥔쉰이 대만 바둑 사상 최대 사건이라 할 LG배 결승 진출에 성공하는 바람에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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