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3·1절' 은 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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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순 누나 힘내세요." "김구 선생님 파이팅."

1일 오전 경기도 성남의 분당율동공원. 유관순 열사와 김구 선생으로 분장한 20대 남녀가 높이 45m의 번지 점프대 위에 올라섰다. 점프대 끝에서 심호흡을 한 '유관순 누나'는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며 허공에 몸을 던졌다. 동료들의 환호성 속에 태극기 셔츠를 입은 20여 명도 "빛나라 대한민국" "코리아 사랑한다"를 외치며 차례로 번지 점프를 했다.

번지 점프를 무사히 끝낸 이들은 호기심 때문에 몰려든 시민들에게 중국의 동북공정을 비판하는 서명지를 돌리며 동참을 호소했다. 행사에 참여한 정해정(27.여)씨는 "조국을 위해 목숨을 던진 선열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 번지 점프 행사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젊은 세대의 3.1절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엄숙한 기념식 행사 대신 감성을 자극하는 다양한 퍼포먼스로 국경일을 기념하고 있다. 인터넷 세대답게 사용자 제작 콘텐트(UCC)로 애국심을 나타낸다. 젊은이들에게 3.1절은 '즐기며 기리는' 국경일이 됐다.

◆전국에서 '태극기 몹'=김연(23.여)씨는 이날 오후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서 태극기춤을 추며 거리공연을 벌였다. 100여 명의 친구들과 함께 한 달간 준비한 '태극기 몹(태극기 의상을 입고 벌이는 집단 퍼포먼스)' 행사였다. 김씨는 "순국 선열들의 뜻도 기리고 스스로 즐길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우리 역사 지키기'활동을 펼쳐온 국학원청년단이 주도한 태극기 몹 행사는 이날 서울 등 전국 14개 도시 30곳에서 다양하게 펼쳐졌다. 젊은이들의 자발적 행사인 만큼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 앞엔 회원 1400여 명이 모여 태극기 셔츠를 입고 '꼭짓점 댄스'를 췄다. 전남 지역 젊은이 30여 명은 고흥군 녹동항을 출발하는 제주행 여객선에 탑승, 승객들에게 유관순 열사 일대기를 다룬 연극을 공연했다. 서울에선 100여 명이 지하철 승객들에게 태극기를 나눠주고 만세 삼창을 함께 외쳤다. 인라인 스케이트.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누비는 행사도 있었다. 국학원청년단 임종일(33) 단장은 "젊은 세대의 특성에 맞게 재미를 주면서도 진지한 의미를 담을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말했다.

◆3.1절 UCC도 인기=네티즌 사이에선 다양한 3.1절 기념 UCC들이 인기를 끌었다. 인터넷 카페 '사이버 의병'이 제작한 '어게인(Again) 1919'는 '요코 이야기'의 저자와 책을 보여주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며 3.1절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3.1절이 다가옵니다'란 UCC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집회 장면을 화면에 담는 등 일제의 만행을 고발했다. 또 '힘내라 대한민국 평화의 만세 부르기' '아리랑' 등과 같은 동영상도 신세대의 애국심을 자극했다.

글=천인성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플래시몹=플래시크라우드(flashcrowd.갑자기 접속자가 폭증하는 현상)와 스마트몹(smartmob.동일한 생각을 갖고 행동하는 집단)의 합성어. 불특정 다수가 인터넷.휴대전화를 이용해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모여 주어진 행동을 하고 즉시 흩어지는 것을 말한다. 200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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