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대선은 7가지가 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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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다. 12월 19일 대선까지 293일 남았다. 5년 전 3월이었다면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열린우리당의 전신)이든 짱짱한 대표 선수가 사실상 확정됐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여권은 후보가 없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럴 것 같다. 그렇다고 게임이 끝났다고 단언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왜 그럴까.

<관계기사 5면>

과거 대선에서 승리했거나 이번 대선에서 권력을 향해 뛰는 8인의 전략가에게서 2007년 대선 예측을 들어 봤다.

8인은 정두언 의원(이명박 전 시장 측), 유승민 의원(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 박종희 전 의원(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 민병두 의원(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측), 이인영 의원(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측),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김영삼 전 대통령 측), 이강래 의원(김대중 전 대통령 측), 이광재 의원(노무현 대통령 측)이다.

다음은 이들이 말하는 2007년 대선의 일곱 가지 특징이다.

① 3월인데 여권 유력 후보 없다

2002년 3월 16일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광주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를 누르고 1위를 했다. '광주 돌풍'은 그를 현재 여권의 대선 후보로 굳혔다. 그런 여권이 지금은 유력 주자를 한 명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라이벌인 한나라당조차 불안하게 한다. 여권에 대항마가 없는 상황은 한나라당 주자들에게 '누가 나가도 이긴다'는 유혹이기 때문이다.

② 이인제김대업 & 노무현 효과

이번 대선엔 역대 어느 때보다 '학습효과'가 축적돼 있다.

첫째, '이인제 학습효과'다. 이인제 효과 때문에 경선 결과에 불복하면 본선에 출마할 수 없는 법이 만들어져 있다. 후보들의 경선 불참과 경선 불복 가능성은 그만큼 작아졌다는 주장이 나온다.

둘째는 '김대업 효과'다. "유권자에게 더 이상 네거티브는 안 먹힌다"는 현상이다. 이와 함께 "본선 경쟁력 있는 흠 없는 도덕적 후보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셋째는 '노무현 효과'. 지난 10년간 이른바 진보개혁 정권의 '아마추어적 무능성'에 대해 "이제 바꾸자"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는 게 다수 전략가의 얘기다. 여권 쪽에선 "진보 정권을 마무리하기 위해 한 번 더 집권해야 한다"고 한다.

③ 한나라당 후보 빅3 무한경쟁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이회창 후보 독주 체제였다. 박근혜 의원은 탈당했었다. 경선을 둘러싼 고민은 없었다. 본선만 생각하면 됐다. 그러나 이번엔 '빅3'의 무한 경쟁이다. 3명이 맞붙었다는 점에서 1970년 9월 김영삼.김대중.이철승씨의 신민당 대선 후보 경선과 엇비슷한 면이 있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한나라당 손학규 전 지사의 범여권 후보론은 이번 대선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다. 70년 신민당의 빅3에게 그런 얘기는 없었다.

④ 지지율에 목매지 않는다

지지율을 놓고 각 후보 진영은 담담하게 반응한다. 모두가 지금의 지지율은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고 본다. 오히려 대세론을 겁낸다. 지지율에서 고공비행 중인 이명박 후보 측은 '이명박 대세론'을 극도로 경계한다.

지지율이 뒤집힐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어느 후보도 3김시대 같은 매니어 지지층을 갖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여권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는 의미가 약하다는 게 전략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⑤ 보수가 진보에 이념공세

지난 두 번의 대선은 이른바 진보.개혁 세력이 보수.수구 세력을 공격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이번엔 반대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은 "10년간 좌편향 정권에 대한 반작용"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실정 탓"이라고 주장한다.

이른바 진보.개혁 세력의 선거 공세는 2000년 총선 때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에서 위세를 떨쳤다. 2002년 미선.효순양 사건의 촛불 집회에서 절정에 달했다. 2007년 대선은 보수가 진보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선거 관련 시민단체 운동의 주도권을 뉴라이트 단체가 잡고 있다.

⑥ 분열과 통합 갈수록 요동

범여권은 사분오열 상태가 극에 달했다. 이제 바닥을 친 것일까. 그들은 이제 통합을 얘기하고 있다. 완전 국민참여형 경선(오픈프라이머리)을 통해 범여권 단일 후보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통합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경선 방식과 결과를 놓고 분열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⑦ 대권이냐, 주식회사냐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이제 대권은 없다"고 말했다. 범여권은 주식회사형 권력구조를 얘기하고 있다. 여권이 권력을 재창출한다면 그 권력은 한 사람이 쥐는 대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공동의 창업자, 각자 지분을 가지는 주식회사 형태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다르다. 치열한 경선을 거쳐 본선 승리를 낚아챈다면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명실상부한 1인 대권이다.

이수호.김성탁 기자

◆3대 학습 효과=유권자들이 과거 경험 때문에 종전과 유사한 투표 행태를 보이지 않을 것이란 관측 또는 가설을 가리킨다. '이인제 학습 효과'는 1997년 이인제 후보가 한나라당 경선에 불복해 독자 출마한 것과 관련 있다. 경선 불복자에 대한 거부 심리를 말한다. '김대업 학습 효과'는 2002년 김대업씨가 제기했던 '병풍' 의혹이 대선 이후 거짓으로 확인된 것과 연관이 있다. 유권자들이 정치 공작이나 네거티브에 쉽게 현혹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노무현 학습 효과'는 새로운, 의외의 인물을 선택하는 데 따른 부담감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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