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쉼] 천만불 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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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에 감정을 담아내는 근육이 있다? 그렇다. 얼굴의 표정근이다. 30여 개의 섬세한 근육이 희로애락의 미묘한 감정을 연출한다. 사람의 표정근은 감정과 의사소통을 위한 진화의 산물임에 틀림없다. 복잡한 사고와 정서의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얼굴 근육이 발달한 것. 하지만 표정근은 사람마다 편차가 크다. 팔뚝 굵기가 다른 것처럼 나이가 들면서, 또는 사용하지 않아 퇴화한다. 감정 표현도 어려워지고, 근엄한 얼굴로 바뀌며 점차 '데스 마스크'로 변해간다. 음치처럼 '표정치'가 된다. 표정치의 얼굴은 어둡고, 늙어보인다. 밝고 경쾌한 인상을 선호하는 사회생활에도 지장이 많다.

#돈 안 드는 성형수술

지금 당장 거울을 보자.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었는데도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거나 무섭게 보인다면 이미 표정근이 퇴행하고 있다는 증거다. 여기에 입꼬리가 U자를 뒤집어 놓은 듯 처져 있다면 얼굴 나이는 이미 50대 갱년기다. 얼굴 근육도 다른 부위와 마찬가지로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한다. 게다가 나이가 들면 중력 방향으로 늘어져 탄력 없는 추한 형태로 변한다. 다행히 표정근도 트레이닝을 하면 다시 발달할 수 있다. 얼굴 표정근 운동법을 개발한 일본의 이누도 후미코는 하루 15분 투자로 이르면 2주, 늦어도 두 달이면 얼굴 표정을 바꿀 수 있다고 장담한다.

표정근이 발달하면 얼굴에 생기가 돌고, 인상이 부드러워진다. 대인관계가 좋아지는 것이다. '나는 스마일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쓴 예치과 김석균 원장은 "삶의 깊이와 연륜을 보여주는 풍부한 표정에는 그 사람의 인품이 묻어난다"며 "품격 높은 얼굴을 만드는 것은 성형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30여 개 근육, 밀고 당기고

피부는 늙지만 근육은 늙지 않는다? 우리 인체 중에서 나이가 들어도 세월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부위가 근육이다. 80대 노인도 걷게 하면 근력이 증강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얼굴 근육은 좁은 공간에 여러 섬세한 근육이 각각의 방향으로 기능을 한다. 30여 개 근육이 서로 밀고 당기며 다양한 표정을 연출한다. 이중 큰 표정에 관여하는 근육은 이마와 눈, 그리고 입술 주위에 포진해 있다. 전두근은 이마의 주름살을 만들고 눈썹을 올려 놀라움을 표현한다. 눈살을 찌푸리고, 비탄에 잠길 때는 추미간이 움직여 눈썹 사이(미간)에 두 개의 주름을 만든다.

입술을 둘러싼 구륜근은 키스를 위해 입을 내밀 때 사용한다. 여기에 윗입술을 들어올릴 때는 거근을, 미소를 짓거나 기분 좋을 때 입술을 위와 뒤쪽으로 끌어올리는 데엔 협골근이 움직인다.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입꼬리가 잘 처진다. 이렇게 심통이 난 표정이 되는 것은 근육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가톨릭의대 해부학 교실 한승호 교수는 "입꼬리를 중심으로 근육이 모여 있는 중심점(볼굴대)이 서양인은 입꼬리 위쪽에 있는 반면 동양인은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서양인은 가만히 있어도 웃는 모습을 보이는데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은 시무룩한 표정이 된다는 것.

#뇌 온도 낮춰 정서적 안정까지

얼굴 트레이닝은 활기차고 호감이 가는 얼굴로 만들어주지만 건강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우선 얼굴 피부온도를 높여 마사지 효과를 낸다. 영동세브란스 영상의학과 정태섭 교수는 50대 여성의 웃기 전후 피부온도를 적외선으로 촬영했다(사진①). 그 결과 2분 뒤엔 표정근이 많이 움직인 눈 주위와 입술 주변이 달아오르다(사진②), 10분 후엔 얼굴 전체의 온도가 올라갔다.(사진③)

정 교수는 "얼굴은 대기온도의 영향으로 섭씨 30도를 유지하는데 표정근 운동을 하면 혈관이 확장돼 혈액순환이 활발해져 피부 온도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산소와 영양을 공급받은 피부는 당연히 탄력이 좋아지고, 혈색이 좋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표정근 운동은 뇌의 온도를 낮춰 정서적인 안정을 준다.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교감신경이 자극을 받아 아드레날린 호르몬 양이 증가하고, 그 결과 뇌온도가 상승한다. 이때 즐겁게 웃으면 부교감신경이 활발해지면서 호르몬이 줄고 뇌온도는 내려간다. 그렇다면 의식적으로 웃는 표정을 짓는다면 어떻게 될까. 얼굴 근육이 움직이면서 뇌의 부교감신경에 자극을 줘 같은 효과를 낸다는 것. 이를 안면 피드백 효과라고 한다. 밝은 표정을 짓는 데는 자세가 중요하다. 구부정한 자세에선 왠지 표정도 어둡다는 것이 중론. 근육을 똑바로 펴야 목과 얼굴의 혈액순환이 좋아져 표정이 환하고 발랄해진다.

고종관 기자

나의 스마일 파워는 몇 점?

■ 평소 거울을 보고 표정근 운동을 한다

■ 웃는 얼굴이 매력적이라고 칭찬 받은 적이 있다

■ 미소 지을 때 입술을 최대로 벌린다

■ 미소 지을 때 되도록 이가 많이 보이게 웃는다

■ 미소 지을 때 입술 끝이 위로 향하도록 노력한다

■ 항상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 사진을 찍을 때 자연스럽게 웃는 얼굴을 취한다

■ 미소 지을 때 손으로 입을 가리지 않는다

■ 미소 짓는 얼굴이 건강에 좋다고 생각한다

■ 우울할 때도 웃으려고 노력한다

→8개 이상:당신의 스마일 파워는 만점

6개 이상:보통으로 좀 더 보완 필요

4개 이상:다소 문제 있다. 개선 노력 필요

3개 이하:대인관계에 심각한 문제. 개선 필요

자료:예치과 미소클리닉 김석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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