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시설 뒷걸음…「요원」도 태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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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역대기록 입력 안돼>
○…전국체전의 규모·경기력은 해를 거듭할수록 대형화, 향상되고 있지만 경기 결과를 신속·정확하게 집계할 전산시설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이번 체전의 경우 35개 종목에 2만2천여명의 선수·임원이 참가한 역대최대 규모로 연일 한국신기록이 쏟아지고 있지만 체전 전산본부에서 집계해 통보해주는 경기결과는 단순한 순위발표에 불과하다는 지적.
참가 선수의 이전 기록은 물론 역대 전국체전기록 등이 컴퓨터에 전혀 입력되어 있지 않아 육상·수영 등 기록경기의 경우 신기록이 작성되면 관계자들은 서로의 옷자락을 붙잡고 관련 기록을 물어보기에 바쁜 실정. 이같은 현상은 전산본부의 컴퓨터용량이 너무 적어 필요한 정보를 축적하지 못하는 등 전문인력이 태부족인데서 비롯된다.
현재 설치된 컴퓨터는 3메가바이트 소형 1대에 경기장에 연결된 부대의 단말기가 고장으로 32메가바이트 대형컴퓨터가 사용된 서울 올림픽의 10분의1에도 못 미치는 수준.
또 전국체전의 컴퓨터를 운용하는 전문인력의 자질 향상도 무엇보다 시급하다. 84년 체전에서 처음 컴퓨터가 도입된 이후 해마다 체전을 통해 노하우가 쌓여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그러나 이들 전문인력은 모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소속으로 올림픽 후 원래 자리로 돌아갔고 지금은 대한체육회전산과 직원 5명이 자원봉사 여고생 2백30여명과 함께 체전을 치르고 있다.
대한체육회 최은기(35) 전산과장은 『현재의 시설과 인원으로는 경기결과를 제때 전달해 주기도 벅차다. 이대로 간다면 내년 대구 체전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면서 『체전을 원활하게 운용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7메가바이트 용량의 컴퓨터와 30명 이상의 컴퓨터 전문요원이 필수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체조「판정의혹」물의>
○…체전 때마다 편파적 판정 시비로 대회에 흠집을 내온 체조에서 11일 또 다시 「판정의혹」사건이 발생, 참가 시·도가 거세게 항의하는 등 물의를 빚고있다.
사건의 발단은 이날 여고부단체전 최종일 경기에서 총점 3백57.370으로 전북(전북체고)에 0.650점이나 뒤지던 서울(경희여고)이 마지막 황희정의 마루연기에서 대회최고점수인 9.75점을 획득, 전북을 0.370점차로 제치고 역전우승하자 전북 팀이 강력히 이의를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이날 사실상 우승이 확정적이어서 타 시·도 임원들로부터 「우승인사」까지 받았던 전북 팀은 황희정의 점수가 예상을 뛰어넘는 대회 최고점수로 나타나 역전패하자 『심판진이 체조협회 김상국(경희대체대교수) 실무부회장의 눈치를 보느라 「충성점수」를 주었다』며 이의를 제기하는 한편 『국내대회 보이콧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집행부에 전달했다.
전북 팀은 이날 『최인애(한양대교수) 주심이 경기 후 서울점수가 낮게 나타나자 두 차례나 배심원들을 불러모아 점수상향조정을 지시했다』고 주장, 『지방에서 어렵게 선수를 육성하는 사정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크는 싹까지 짓밟을 수 있느냐』며 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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