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전화·무전기 출력 불법증폭/「전파도둑」얌체족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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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먼거리 통화·잡음없애려 사용/이웃 4대쯤 불통·도청피해/올들어 3천9백여건 적발… 당국선 못본체
무선전화기·무전기 등 각종 무선통신 이용자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장거리 송·수신과 잡음제거 등을 위해 옥외안테나·증폭기를 달거나 출력이 훨씬높은 외제전화기를 사용,전파를 독점하는 얌체 「전파도둑」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같은 불법적인 출력강화로 이들과 가깝게 있는 선의의 사용·가입자들은 통화를 제대로 못하기 일쑤고 통화내용까지 도청당하는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무선전화기=서울 군자동 김모씨(46·중고차 매매업)는 4월 먼거리에서 송·수신이 가능하도록 국내 무선전화기의 형식승인된 출력10㎽의 50배가 되는 5W짜리 일제 코모전화기를 설치,사용해오다 당국에 적발됐다.
이처럼 불법적으로 무선전화기를 사용하다 적발된 사람은 올들어 모두 2백73명.
이들은 출력을 높이기 위해 2만원 안팎의 옥외안테나를 전화기에 연결시키거나 아예 출력이 국내 승인용량보다 30∼50배 높은 50만원 상당의 일제 코모·켄우드·아이콤전화기를 사용,송·수신거리를 2배이상 늘리며 전파를 독점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체신부 감리과 한 관계자는 『출력이 높은 무선전화기로 통화하게 되면 이웃 네가구 정도는 전화가 불통되고 통화한다해도 전부 도청당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같은 전파독점으로 불통사례가 잦자 강남등의 전자업체 서비스센터에는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S전자 강남서비스센터 조세인씨(31)는 『전화기는 이상이 없는데도 불통된다며 찾아오는 구입자가 하루 2∼3명씩 된다』고 말했다.
◇무선기=현재 당국에 가입된 카폰·무전기 등 무선기는 모두 33만국.
이 가운데 3천6백여명이 올들어 50만원짜리 증폭기를 무선기 본체와 안테나사이에 연결,출력을 높여 사용하다 적발됐다.
그중 임모씨(40·신발가공업)는 일제 증폭기를 달아 무리하게 출력을 확장시켰다가 TV시청에 방해를 받은 주민들의 신고로 적발된 케이스.
특히 작년 9월부터 무전기사용이 일반인들에게도 개방되면서 주파수를 마구 변경하는 경우가 많아 카폰·휴대용 전화기 통화에 혼선을 가져와 가입자들의 불편을 부채질하고 있다.
◇문제점=전파관리법 제79조에는 불법전파 설비를 시설·사용한 자에 대해서는 최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당국은 적발된 불법 전파설비에 대해 강력한 단속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으나 고발등의 강력한 조치를 하지 않고 허가를 받도록 권장하는등 계도성 단속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실제 올들어 9월까지 적발된 3천9백21건 가운데 0.6%인 25건만 경찰에 고발됐고 나머지는 행정계도를 하는데 그쳤다.
고려대 전자공학과 김덕진 교수(59)는 『공유재산인 전파를 무질서하게 사용하다 보면 상승작용을 일으켜 결국 자신이 피해자가 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며 『당국이 형식승인한대로 전파를 사용하는 질서의식 확립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오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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