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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이명박 정조준' 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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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나라당 대선 예비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매서워졌다. 당 안팎의 지지도 1위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향해 전의를 드러내고 있다. 손 전 지사는 28일 "민주화 세력은 1970~80년대 빈둥빈둥 놀고 있지 않았다"며 "그런 구시대적 낡은 사고 방식으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수 없다"고 했다. 전날 이 전 시장이 "70~80년대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은 산업 시대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한 데 대한 거듭되는 반박이다.

지난주 손 전 지사는 내부 회의에서 이순신 장군을 인용,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이라며 '총력전'을 주문했다. 측근들은 "이제 결정적인 시점이 왔다. 3월에 승부를 내야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손 전 지사는 왜 '이명박 정조준'을 하는 것일까. 박근혜 전 대표와는 왜 상대적으로 친화적일까.

우선 지지층 문제 때문이다. 캠프 관계자는 "우리가 집중하는 유권자층은 수도권.40대.화이트칼라 계층인데 이 전 시장의 지지층과 겹친다"고 했다. 10%대로 지지율을 끌어 올리려면 이들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번번이 이 전 시장 진영과 부닥친다는 것이다. 박성민 '민 컨설팅' 대표는 "주력 지지층으로 보면 박 전 대표의 지지층은 지역적.이념적으로 견고해 손 전 지사로 넘어가기는 어렵다"고 했다. 손 전 지사 측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허물기 쉬운 이 전 시장 표를 공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둘째는 손 전 지사의 감정이다. 그는 자파 의원 세 확장에 제동이 걸리는 이유를 이 전 시장의 '줄 세우기' 때문으로 보는 듯하다. 손 전 지사는 지난주부터 거의 모든 외부 행사에서 줄 세우기의 진원지로 이 전 시장 측을 비난해 왔다.

셋째는 한나라당 6월 경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손 전 지사 측이 갖는 초조함이다. 내부에선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간 검증론 공방에서 우리의 존재감이 약해졌다"는 반성이 나왔다. 그래서 국면 전환.흥행 효과를 위한 '1위 때리기'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지지율 1, 3위의 미묘한 관계= 역대 대선에서 1위와 3위의 관계는 미묘하다. 1위는 3위를 무시하거나 이용하려 하고, 3위는 1위를 악착같이 공격한다. 그 사이 2위가 어부지리를 얻거나, 2.3위가 싸우다 공멸하기도 한다. 2002년 가을, 1위였던 이회창 후보는 2위 정몽준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3위 노무현 후보의 상승을 방치하다 집권에 실패했다. 97년엔 김대중 후보는 꼴찌인 김종필 후보와 연합한 반면, 2위와 3위였던 이회창.이인제 후보는 'YS 지원설' 등으로 싸우다 무너졌다. 92년 지지율 1위였던 김영삼 후보와 3위의 후발 주자 정주영 후보는 '초원복집 도청 사건'등으로 끝까지 험한 싸움을 벌였다.

◆북한경제 재건계획 발표=손 전 지사는 이날 외신기자회견에서 "언론사(중앙일보)가 '북한 어린이 키 3㎝ 키우기'라는 창의적인 캠페인을 전개하며 남북의 이질성 극복에 나서는데 한나라당은 남북 관계 개선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경제재건 10개년 계획'을 골자로 하는 한반도평화경영전략을 발표했다. ▶1단계 중유.식량 제공과 북핵 동결 ▶2단계 북.미 수교와 북핵 폐기 ▶3단계 북한 시장경제 전환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이다. 그는 "한나라당 주류가 냉전세력으로 남아 있는 한 지금의 대세론은 거품"이라고 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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